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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후기
작은책방461, 북클럽 1기 <넬라의 비밀약방> 일곱 번째 만남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04-07 14:56
조회
67
반가운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목요일 아침 책방 문이 열립니다. 북클럽1기 7번째 모임날이에요. 처음 만나던 날처럼 오늘은 바람이 차갑네요. 날씨는 서늘하지만 함께 한 시간만큼 책방은 온기로 가득합니다. 각자 보낸 지난 일주일 이야기로 모임을 시작합니다. 꽃을 보러 갔던 다른 일을 보러 갔던 가는 곳마다 꽃들이 가득했네요. 모두가 봄꽃과 함께 보낸 일주일이었습니다. 계절을 앞질러 온 꽃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넬라의 비밀 약방’ 은 마지막 순간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아직 한 번의 모임이 남아 있지만 다들 마지막까지 다 읽은 터라 결말을 알고 있지요. 각 주인공들이 맞은 결말에 대해서는 다음 모임에서 나눌 거라 오늘은 결말을 예고하는 사전 징후들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7회차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넬라의 양 어깨가 격하게 떨렸다. “지금 헤어져야 해 엘리자. 넌 사람 속으로 들어가. 지나다니는 사람 속에 섞여 들어가 사라지는 거야. 어서 달려. 넬라가 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내가 강으로 유인할게.“
”이게 절 구해 줄 거예요.“ 엘리자가 속삭였다. 엘리자의 손가락들이 리본 풀리듯 난간에서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갑자기 어깨를 부드럽게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서 흠뻑 젖은 휴지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게이너였다.
이 문장들을 뽑아 주신 분은 넬라와 엘리자, 캐롤라인과 게이너의 연결이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고 하셨어요.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구하고 돕고 목숨까지 던지는 주인공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서였을 거에요. 이 책을 통해서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에 매시간 가슴이 뭉클하답니다.

그러자 이 사단을 만든 그날 밤이 떠올랐다. 그날 밤 우리는 딱정벌레를 잡고 나서 낯선 헛간에서 잠을 청했다. 넬라는 내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넬라가 누군가의 오빠와 동생, 남편, 주인, 아들을 독살하는 삶을 살게 만들었던 프레데릭과 그 외에 다른 모든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안전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우리가 안전하다는 생각하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집이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이구동성 말씀하셨어요. 안락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의 상징처럼 이야기하는 집이 모두에게 그런 곳은 아니라는 의견들을 나눠 주셨답니다. 나아가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 고정된 성별 역할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멈추지 않는 노동 공간이라는 이야기까지. 이 글을 적어 주신 분은 남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헛간이 그 순간 넬라에게는 마음을 털어 놓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들었다 하셨어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게이너의 시선이 수첩 위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 봤다.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약제사의 장부에서 베껴 쓴 뭔지 알 수 없는 독약 이름들, 종이 여백에 마구잡이로 갈겨 써 놓은 날짜들과 이름들, 그 중 무엇도 도서관에서 게이너와 함께 조사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 범죄 가능성을 보여 주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무독성 물질의 치사량’이었다. 이렇게 우리 우정이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너가 떨리는 숨을 길게 내뱉고 날 쳐다보았다. 그냥 눈빛으로 말을 전하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눈은 빠르게 눈물로 차오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게이너는 내 편을 들어 주었다.
이 문장을 읽으며 타인을 돕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책 속 인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가정해서 이야기해 보기도 하고 현실에서 타인을 무조건 도운 경험, 도움을 받은 경험을 나누다가 코로나로 어려운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가게 되었네요.

나는 쿠션에 기대어 작게 흐느끼면서 눈물뿐만 아니라 속에서 터져 나오는 다른 모든 것들을 닦아냈다. 제임스가 건강을 되찾았다는 안도감이, 바람을 피운 제임스에게 줄곧 느꼈던 배신감이, 부당하게 경찰의 심문을 받았던 아픔이,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었다. 최근에 배운 것이 있다면 비밀은 삶을 망쳐놓는다는 것이다.
이 문장을 뽑아 주신 참가자는 책 모임의 구성원들과 자신이 너무나 다른 관점으로 책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많이 배우게 되었다고도 하셨구요. 책 모임이 평온하고 안정적인 자신의 삶 너머를 보는 기회였다구요.
약제사 조사에 대한 부담 때문만도, 제임스의 불륜 때문만도 아니었다. 좀 더 미묘한 또다른 비밀, 제임스와 내가 수년 동안 서로에게 숨겨왔던 비밀, 우리가 행복하긴 했지만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했다는 비밀이 이 진창 속에 뒤섞여 있었다. 나는 안정적인 내 가정에서 행복을 누렸지만 직업적 성취를 느끼지 못했고, 내가 포기했던 것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언젠가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며 행복을 느꼈지만 가정 생활과는 별개로 내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행복과 성취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이 문장은 읽기만 해도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느꼈던 답답함, 자기 정체성이 사라지는 경험, 행복하다고 하는데 이게 행복인가 하는 느낌들. 여성들이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질문들이지요. 페미니즘을 알게 되어 답답했던 상황을 설명할 언어를 얻었지만 또 다른 질문을 갖게 되었다는 경험을 나눠 주셨어요. 페미니즘은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당신은 너무 많은 일을 내 탓으로 돌렸어.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도, 바람을 피운 것도, 이제는 이렇게 아픈 것도 전부.
살다 보면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남을 탓하기도 하구요. 친밀한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어서 경계를 지키는 게 어렵지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주제는 처음 모임에서부터 계속 반복되는데요. 아마도 우리 일상 생활에 다양한 관계들과 얽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나의 경계를 잘 지키고 무관심과 침범 사이에서 적정한 거리를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마무리했답니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은 문장을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로 누군가는 지인들의 경험으로 누군가는 여성들의 문제로 읽는구나 새삼 느낍니다. 혼자 읽으면 경험하지 못할 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이 모임을 풍성하게 해 줍니다.
원래 예정된 모임 계획은 10회였어요. 8회까지 책 내용 읽기를 마치고 9회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10회에서는 전체 소감과나누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무리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아쉽게도 9회, 10회 각 한 분씩 참여를 못하게 되어서 모두가 참여하는 8회에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가지고 모여서 마무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넬라와 비밀약방>의 마지막 비밀 그리고 북클럽1기 회원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올게요.

‘넬라의 비밀 약방’ 은 마지막 순간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아직 한 번의 모임이 남아 있지만 다들 마지막까지 다 읽은 터라 결말을 알고 있지요. 각 주인공들이 맞은 결말에 대해서는 다음 모임에서 나눌 거라 오늘은 결말을 예고하는 사전 징후들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7회차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넬라의 양 어깨가 격하게 떨렸다. “지금 헤어져야 해 엘리자. 넌 사람 속으로 들어가. 지나다니는 사람 속에 섞여 들어가 사라지는 거야. 어서 달려. 넬라가 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내가 강으로 유인할게.“
”이게 절 구해 줄 거예요.“ 엘리자가 속삭였다. 엘리자의 손가락들이 리본 풀리듯 난간에서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갑자기 어깨를 부드럽게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서 흠뻑 젖은 휴지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게이너였다.
이 문장들을 뽑아 주신 분은 넬라와 엘리자, 캐롤라인과 게이너의 연결이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고 하셨어요.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구하고 돕고 목숨까지 던지는 주인공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서였을 거에요. 이 책을 통해서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에 매시간 가슴이 뭉클하답니다.

그러자 이 사단을 만든 그날 밤이 떠올랐다. 그날 밤 우리는 딱정벌레를 잡고 나서 낯선 헛간에서 잠을 청했다. 넬라는 내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넬라가 누군가의 오빠와 동생, 남편, 주인, 아들을 독살하는 삶을 살게 만들었던 프레데릭과 그 외에 다른 모든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안전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우리가 안전하다는 생각하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집이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이구동성 말씀하셨어요. 안락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의 상징처럼 이야기하는 집이 모두에게 그런 곳은 아니라는 의견들을 나눠 주셨답니다. 나아가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 고정된 성별 역할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멈추지 않는 노동 공간이라는 이야기까지. 이 글을 적어 주신 분은 남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헛간이 그 순간 넬라에게는 마음을 털어 놓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들었다 하셨어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게이너의 시선이 수첩 위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 봤다.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약제사의 장부에서 베껴 쓴 뭔지 알 수 없는 독약 이름들, 종이 여백에 마구잡이로 갈겨 써 놓은 날짜들과 이름들, 그 중 무엇도 도서관에서 게이너와 함께 조사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 범죄 가능성을 보여 주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무독성 물질의 치사량’이었다. 이렇게 우리 우정이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너가 떨리는 숨을 길게 내뱉고 날 쳐다보았다. 그냥 눈빛으로 말을 전하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눈은 빠르게 눈물로 차오르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게이너는 내 편을 들어 주었다.
이 문장을 읽으며 타인을 돕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책 속 인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가정해서 이야기해 보기도 하고 현실에서 타인을 무조건 도운 경험, 도움을 받은 경험을 나누다가 코로나로 어려운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가게 되었네요.

나는 쿠션에 기대어 작게 흐느끼면서 눈물뿐만 아니라 속에서 터져 나오는 다른 모든 것들을 닦아냈다. 제임스가 건강을 되찾았다는 안도감이, 바람을 피운 제임스에게 줄곧 느꼈던 배신감이, 부당하게 경찰의 심문을 받았던 아픔이,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었다. 최근에 배운 것이 있다면 비밀은 삶을 망쳐놓는다는 것이다.
이 문장을 뽑아 주신 참가자는 책 모임의 구성원들과 자신이 너무나 다른 관점으로 책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많이 배우게 되었다고도 하셨구요. 책 모임이 평온하고 안정적인 자신의 삶 너머를 보는 기회였다구요.
약제사 조사에 대한 부담 때문만도, 제임스의 불륜 때문만도 아니었다. 좀 더 미묘한 또다른 비밀, 제임스와 내가 수년 동안 서로에게 숨겨왔던 비밀, 우리가 행복하긴 했지만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했다는 비밀이 이 진창 속에 뒤섞여 있었다. 나는 안정적인 내 가정에서 행복을 누렸지만 직업적 성취를 느끼지 못했고, 내가 포기했던 것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언젠가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며 행복을 느꼈지만 가정 생활과는 별개로 내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행복과 성취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이 문장은 읽기만 해도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느꼈던 답답함, 자기 정체성이 사라지는 경험, 행복하다고 하는데 이게 행복인가 하는 느낌들. 여성들이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질문들이지요. 페미니즘을 알게 되어 답답했던 상황을 설명할 언어를 얻었지만 또 다른 질문을 갖게 되었다는 경험을 나눠 주셨어요. 페미니즘은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당신은 너무 많은 일을 내 탓으로 돌렸어.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도, 바람을 피운 것도, 이제는 이렇게 아픈 것도 전부.
살다 보면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남을 탓하기도 하구요. 친밀한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어서 경계를 지키는 게 어렵지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주제는 처음 모임에서부터 계속 반복되는데요. 아마도 우리 일상 생활에 다양한 관계들과 얽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나의 경계를 잘 지키고 무관심과 침범 사이에서 적정한 거리를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마무리했답니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은 문장을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로 누군가는 지인들의 경험으로 누군가는 여성들의 문제로 읽는구나 새삼 느낍니다. 혼자 읽으면 경험하지 못할 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이 모임을 풍성하게 해 줍니다.
원래 예정된 모임 계획은 10회였어요. 8회까지 책 내용 읽기를 마치고 9회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10회에서는 전체 소감과나누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무리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아쉽게도 9회, 10회 각 한 분씩 참여를 못하게 되어서 모두가 참여하는 8회에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가지고 모여서 마무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넬라와 비밀약방>의 마지막 비밀 그리고 북클럽1기 회원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