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작은책방461, 북클럽 1기 <넬라의 비밀약방> 두 번째 만남
첫 모임의 기대와 설레임을 가지고 다시 모인 북클럽 모임원들. 다시 보니 처음보다 익숙하고 더 반갑습니다.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책 이야기 시작합니다. 아직 감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보라마녀를 위해서는 따뜻한 국화차와 도라지차를 마셔보라는 조언을 건네 주고 깜깜한 방 안에 누워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위로한 은빛파도에게는 토닥토닥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휴일에 만난 친구가 입술이 터져있는 게 신경쓰여서 집에 돌아와 친구에게 립밤을 선물한 이야기에는 자상한 구니의 마음씀씀이를 칭찬하고 선물 받은 친구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일주일이지만 때로는 부러워하고 때로는 걱정하면서 공감합니다.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면서요.
사람은 같은 듯 다릅니다. 6명이 같은 내용을 읽었지만 마음에 와닿은 내용도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조금씩 다르네요. 독서 모임의 재미가 이런 거지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책 내용을 매개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 매번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습니다.
모두들 책이 재미있고 흡인력이 있어서 서둘러 끝까지 읽고 싶어진다는 말을 해 주셔서 책을 선택한 모임지기로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보기보다 사소한 것에 행복한 보라마녀).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 런던은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거의 아무것도 제공해 주지 않았고, 원칙도 없는 타락한 남자 의사들이 득실대는 곳이었다. 엄마는 여자들에게 피난처를, 즉 남자의 음탕한 발언을 들을 일 없이 자신의 병을 솔직하게 말하고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엄마의 이상은 남자 의사들의 이상과 일치하지 않았다. 엄마는 책에 도표로 그려진 내용이나 안경 쓴 신사들이 연구하는 이론이 아니라 달콤하고 풍요로운 땅에서 증명된 치료법을 믿었다.
- 사악한 남편 같은 하나의 병폐를 처리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병에 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 이곳은 나의 독약처럼 아주 교묘하게 위장된 장소였고, 이곳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런던에서 가장 어둡고 꼬불꼬불한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약방인 데다가, 지금 나는 가벽 뒤에 숨겨진 공간에 있었으니까.
- 그것은 소통 수단이었고, 감히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 못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숨겨두는 곳이었다.
- 영양제를 가지러 욕실로 가는데 진동 소리가 내 관심을 끌었다. 화장대 위, 제임스의 휴대폰 진동 소리였다. 나는 흘낏 쳐다봤다가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또다시 진동이 울렸을 때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아침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이후로 제임스 때문에 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내가 런던으로 도망쳐온 이유가 아니었던가?
- 눈보다는 본능을 믿어야 합니다. 단 12분, 한평생의 찰나에 불과했지만 삶의 진로를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각기 다른 문장을 뽑았지만 여성으로서 느끼는 한계들, 기혼여성이 받았던 부당한 대접들,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꿈, 가부장제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 등등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