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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후기
작은책방461, 북클럽 1기 <넬라의 비밀약방> 네 번째 만남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03-17 11:13
조회
161
성큼성큼 봄이 오는 것 같다가도 아직은 겨울에 붙잡힌 것 같은 날입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참 따뜻한데 센터 안은 왜 이리 겨울인지.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아있는 센터에 북클럽 참여자들의 온기가 차곡차곡 채워집니다. 오늘은 아쉽게도 처음으로 한 분이 참여를 못 하셨어요. 저희가 아쉬운 만큼 참여하지 못한 구니도 몹시 이 시간이 그리울 거라 생각하며 4번째 모임을 시작합니다.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넬라가 미소 짓고는 10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컬페퍼라는 위대한 치유사가 아이를 갓 낳은 엄마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출산 후 흔히 나타나는 우울증을 없애기 위해 처방한 약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모초는 자궁을 안정시켜 주고 복부를 자극해서 안에 든 것을 빼내 주기도 해. 그렇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복용해야 해. 임신하지 않은 사람들만 먹어야 하지.”
주인공의 아픔이 담긴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왜 그녀는 ‘죽임’을 선택한 여성들을 돕고 있는 건지, 여성을 살리고 위로하는 엄마의 약방이 왜 독약을 파는 비밀 약방이 되었는지. 이 문장을 선택한 참여자는 ‘임신중단’, ‘위안부’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하셨어요. 짧은 시간 간단하게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각자 성의껏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주셨답니다.
지난 며칠 동안은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그랬던 만큼 지금은 더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 런던에서 과거의 신비, 오래된 이야기에 휩싸여 지내며 수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생기를 맛보았다. 나는 조사를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둠을 뚫고 들어가 그 속을 들여다 볼 시간이다.
책 속에는 수많은 문장이 있지만 각자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정말 다릅니다. 같은 문장 속에서 발견하는 의미도 다르지요. 이 문단에서 ‘생기를 맛보았다.’는 문장이 꽂히셨다고 해요. 사람은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은 대부분 제가 믿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암웰 주인님은 믿었어요. 최근까지만 해도 주인님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주인님 저택의 비밀도 알아버렸죠. 주인님이 무엇을 망가뜨렸고 무엇을 숨겨두었는지요. 저도 그렇게 당할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 먼저 신뢰가 있어야 배신도 있는 거야. 신뢰 없이는 배신도 없지. 누군가를 믿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넬라는 다시 등을 뒤로 기댔다.
관계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믿음이 없으면 배신도 없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배신당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지요. 한 분은 살아가면서 함께 했던 이들이 그냥 천천히 멀어지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갑자기 사라지거나 떠나면 상처가 너무 크다면서요.
다른 분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다시 사람을 찾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혼자 있기를 원하지만 혼자 있는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해 보지 않아서 두려운 것 아닐까 하는.
“오래 전에는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면 내 고통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 내 고통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거든. 한주 한주가 지나면서 내 뼈마디가 붓고 아프기 시작하더구나. 이런 독약을 파니까 내 안이 망가져 가는 게 분명해.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해 준 문장입니다. 요즘 화제인 드라마 <더 글로리> 이야기도 나왔어요. 복수가 단기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정말 피해자에게 좋은 방법일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드라마의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아서 슬프다는 의견, 피해자의 고통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를 위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건지 라는 의견 등등에 더해 본인이 경험하거나 주변인이 경험한 다양한 폭력에 대해 나누어 주셨습니다.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다양한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폭력의 상처가 남아있더라도 피해자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이 마음에 남았어요.
"이토록 많은 여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곳은 이 장부뿐일지도 몰라. 그들이 역사에 기록될 유일한 곳일 거야. 나는 엄마랑 약속을 했단다. 이런 것도 없다면 역사에서 지워져 버릴 여자들의 존재를 보호해 주겠다고 말이야. 이 세상은 우리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아. 여자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길 만한 곳은 몇 되지 않지.“
여성들은 왜 글쓰기를 원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만난 여성들 중 많은 수가 글쓰기, 기록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넬라의 말처럼 여성의 삶이 제대로 기억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고 지워지는 역사가 반복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저편에 기록에 대한 갈망이 새겨져 있는 건 아닐까? 전문가들은 여성의 몸에 나타나는 질병들이 단순히 신체적인 질병뿐만이 아니라 그 여성의 삶을 반영한다고 말하는데요. 여성들의 다양한 창의성이 가부장제 사회의 규범 아래 억눌리면서 질병의 형태로 발현된다는 것이지요.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개인의 경험을 넘어 집단의 경험이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에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이런 모임이 동네에서 더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5번째 모임을 기대합니다.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넬라가 미소 짓고는 100년도 더 지난 옛날에 컬페퍼라는 위대한 치유사가 아이를 갓 낳은 엄마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출산 후 흔히 나타나는 우울증을 없애기 위해 처방한 약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모초는 자궁을 안정시켜 주고 복부를 자극해서 안에 든 것을 빼내 주기도 해. 그렇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복용해야 해. 임신하지 않은 사람들만 먹어야 하지.”
주인공의 아픔이 담긴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왜 그녀는 ‘죽임’을 선택한 여성들을 돕고 있는 건지, 여성을 살리고 위로하는 엄마의 약방이 왜 독약을 파는 비밀 약방이 되었는지. 이 문장을 선택한 참여자는 ‘임신중단’, ‘위안부’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하셨어요. 짧은 시간 간단하게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각자 성의껏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주셨답니다.
지난 며칠 동안은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그랬던 만큼 지금은 더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 런던에서 과거의 신비, 오래된 이야기에 휩싸여 지내며 수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생기를 맛보았다. 나는 조사를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둠을 뚫고 들어가 그 속을 들여다 볼 시간이다.
책 속에는 수많은 문장이 있지만 각자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정말 다릅니다. 같은 문장 속에서 발견하는 의미도 다르지요. 이 문단에서 ‘생기를 맛보았다.’는 문장이 꽂히셨다고 해요. 사람은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은 대부분 제가 믿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암웰 주인님은 믿었어요. 최근까지만 해도 주인님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주인님 저택의 비밀도 알아버렸죠. 주인님이 무엇을 망가뜨렸고 무엇을 숨겨두었는지요. 저도 그렇게 당할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 먼저 신뢰가 있어야 배신도 있는 거야. 신뢰 없이는 배신도 없지. 누군가를 믿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넬라는 다시 등을 뒤로 기댔다.
관계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믿음이 없으면 배신도 없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배신당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지요. 한 분은 살아가면서 함께 했던 이들이 그냥 천천히 멀어지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갑자기 사라지거나 떠나면 상처가 너무 크다면서요.
다른 분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다시 사람을 찾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혼자 있기를 원하지만 혼자 있는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해 보지 않아서 두려운 것 아닐까 하는.
“오래 전에는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면 내 고통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 내 고통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거든. 한주 한주가 지나면서 내 뼈마디가 붓고 아프기 시작하더구나. 이런 독약을 파니까 내 안이 망가져 가는 게 분명해.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해 준 문장입니다. 요즘 화제인 드라마 <더 글로리> 이야기도 나왔어요. 복수가 단기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정말 피해자에게 좋은 방법일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드라마의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아서 슬프다는 의견, 피해자의 고통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를 위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건지 라는 의견 등등에 더해 본인이 경험하거나 주변인이 경험한 다양한 폭력에 대해 나누어 주셨습니다.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다양한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폭력의 상처가 남아있더라도 피해자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이 마음에 남았어요.
"이토록 많은 여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곳은 이 장부뿐일지도 몰라. 그들이 역사에 기록될 유일한 곳일 거야. 나는 엄마랑 약속을 했단다. 이런 것도 없다면 역사에서 지워져 버릴 여자들의 존재를 보호해 주겠다고 말이야. 이 세상은 우리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아. 여자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길 만한 곳은 몇 되지 않지.“
여성들은 왜 글쓰기를 원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만난 여성들 중 많은 수가 글쓰기, 기록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넬라의 말처럼 여성의 삶이 제대로 기억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고 지워지는 역사가 반복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저편에 기록에 대한 갈망이 새겨져 있는 건 아닐까? 전문가들은 여성의 몸에 나타나는 질병들이 단순히 신체적인 질병뿐만이 아니라 그 여성의 삶을 반영한다고 말하는데요. 여성들의 다양한 창의성이 가부장제 사회의 규범 아래 억눌리면서 질병의 형태로 발현된다는 것이지요.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개인의 경험을 넘어 집단의 경험이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에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이런 모임이 동네에서 더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5번째 모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