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작은책방461, 북클럽 1기 <넬라의 비밀약방> 다섯 번째 만남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03-24 14:30
조회
186
이른 아침 톡방에 글을 올리며 봄비가 내리니 우산을 준비하라는 은빛파도님의 따뜻한 안내로 오늘 모임을 기대하며 출근합니다. 오늘은 맛있는 간식을 가져오신 분도 계셨어요. 지난주에 미리 정해진 일정 때문에 오늘 참여가 어렵다 아쉬움을 전해 주셨던 희망님, 오늘 아침 급한 일이 생겨 참여가 어려워진 희연님, 두 분이 빠진 자리가 매우 허전하게 느껴지는 마음으로 4명이서 5번째 모임을 시작합니다.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오늘은 마음에 남은 문장들이 조금씩 겹치는 분들이 있었네요.
그제야 여기서 쫓겨나서가 아니라 새로 사귄 친구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서 슬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넬라는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었다. 넬라가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와서는 날 꽉 껴안아 주었다. “네가 이별의 삶을 살아가는 나처럼 되는 건 싫구나.” 넬라가 손등으로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었다. “넌 아직 망가지지 않은 아이야. 그리고 난 네가 어울릴 만한 그런 사람이 아니란다. 제발 어서 가렴, 지금 당장.” 넬라가 탁자에서 마법책을 집어들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고는 냉정하게 떨어져 벽난로로 걸어가면서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이 아이를 보호해야 했다. 우리 둘다 가련하게 느껴져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가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이 나올 때마다 따뜻한 감정이 느껴져서 좋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고 마음이 울컥울컥하다는 분도 있었어요. 힘없고 나약한 존재들의 연대, 그 단단함이 지금 이 시절 더 절실하게 와닿기 때문 아닐까요.
엄마가 그렇게 많이 아프면서도 별거 아니라고 했던 거짓말들이 생각났다. 엄마는 오래오래 살 거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래 놓고 겨우 6일 만에 돌아가셨다. 결국 나는 갑작스럽게 닥친 슬픔, 제대로 끝맺지 못한 이별의 아픔에 허우적거리며 평생을 보내게 되었다. 왜 엄마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마지막 남은 며칠 동안 왜 내게 평생 혼자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지 않았을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다고. 엄마도 나도, 대체 왜 아이들의 어린 마음을 보호해 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걸까? 그래 봤자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릴 뿐인데. 진실이 도착해 문을 세게 두드리기 전에 그 진실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갈 뿐인데.
그러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다고. 상처받을까 봐 겁을 내며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애썼을까요? 어떻게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상처받을 걸 겁내지 말고 상처받을 일 앞에 당당할 용기와 그 상처를 회복할 힘을 길러 주면 되었을 것을. 넬라와 넬라의 엄마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어른들은 그렇습니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상처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번 모임에서는 원가족 중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갑자기 헤어지게 된 어머니와의 작별이 아주 오랫동안 마음 속 아픔으로 남은 경험도 있고요. 어머니의 입장에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고요. 다음 북클럽에서는 내 주변의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한 주제를 다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마법의 저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 손님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책들을 태워버려야 한다고요.”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톰이 계속 설명했다. “하나를 얻으면 그 대가로 다른 하나를 잃는 게 마법의 저주래요. 어떤 묘약이든 효력을 발휘하면 현실 세계에서 다른 뭔가가 끔찍하게 잘못되는 거죠.”
떠나보내고 나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인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다 해 버려서 부끄러운 걸지도.
아주 친밀한 사이인 사람한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엘리자의 생각처럼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의 경계가 풀어질 수도 있어서가 아닐까요? 내가 하는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상대방은 잘 모른다는 안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상황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더 쉽게 내밀한 이야기를 더 쉽게 한다고 하네요.
나는 서너 걸음 성큼성큼 내딛어 가게를 가로질렀다. 책장에 가까이 다가가자 각 책장에 주제를 명시해 놓은 작은 표지판이 보였다. 역사, 의술, 철학, 나는 표지판들을 부지런히 눈으로 쫓았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주인공인 엘리자의 삶은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요.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 싶을 때마다 유칼리투스 오일을 발랐다. 유칼립투스는 바르는 기침약 빅스 베이포럽의 성분 중 하나였고, 충혈과 기침에 아주 효과적이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문장이었어요. 저는 그냥 읽고 지나간 문장에서 아래처럼 중요한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셨어요.
<전통으로 내려오는 자연 성분의 약재들이 잘 활용되면 좋을 듯하다. 인도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약이 되는 나무가 있는데, 서구 산업이 들어오면서 그 약나무를 특허 내어 약품의 원료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사람들이 계속 사용해 오면 나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사람의 목숨이나 건강이 특허나 금액 때문에 제한된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다고 여겨진다. 기술이 있어도 약이 있어도 돈이 되지 않으면 사람을 치료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니 말이다.>
어느 새 길고 긴 10번의 모임 중 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반을 넘어서 후반기를 시작하는 6번째 모임을 기대합니다.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오늘은 마음에 남은 문장들이 조금씩 겹치는 분들이 있었네요.
그제야 여기서 쫓겨나서가 아니라 새로 사귄 친구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서 슬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넬라는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었다. 넬라가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와서는 날 꽉 껴안아 주었다. “네가 이별의 삶을 살아가는 나처럼 되는 건 싫구나.” 넬라가 손등으로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었다. “넌 아직 망가지지 않은 아이야. 그리고 난 네가 어울릴 만한 그런 사람이 아니란다. 제발 어서 가렴, 지금 당장.” 넬라가 탁자에서 마법책을 집어들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고는 냉정하게 떨어져 벽난로로 걸어가면서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이 아이를 보호해야 했다. 우리 둘다 가련하게 느껴져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가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이 나올 때마다 따뜻한 감정이 느껴져서 좋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고 마음이 울컥울컥하다는 분도 있었어요. 힘없고 나약한 존재들의 연대, 그 단단함이 지금 이 시절 더 절실하게 와닿기 때문 아닐까요.
엄마가 그렇게 많이 아프면서도 별거 아니라고 했던 거짓말들이 생각났다. 엄마는 오래오래 살 거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래 놓고 겨우 6일 만에 돌아가셨다. 결국 나는 갑작스럽게 닥친 슬픔, 제대로 끝맺지 못한 이별의 아픔에 허우적거리며 평생을 보내게 되었다. 왜 엄마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마지막 남은 며칠 동안 왜 내게 평생 혼자 살아갈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지 않았을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다고. 엄마도 나도, 대체 왜 아이들의 어린 마음을 보호해 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걸까? 그래 봤자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릴 뿐인데. 진실이 도착해 문을 세게 두드리기 전에 그 진실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갈 뿐인데.
그러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다고. 상처받을까 봐 겁을 내며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애썼을까요? 어떻게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상처받을 걸 겁내지 말고 상처받을 일 앞에 당당할 용기와 그 상처를 회복할 힘을 길러 주면 되었을 것을. 넬라와 넬라의 엄마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어른들은 그렇습니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상처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번 모임에서는 원가족 중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갑자기 헤어지게 된 어머니와의 작별이 아주 오랫동안 마음 속 아픔으로 남은 경험도 있고요. 어머니의 입장에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고요. 다음 북클럽에서는 내 주변의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한 주제를 다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마법의 저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 손님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책들을 태워버려야 한다고요.”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톰이 계속 설명했다. “하나를 얻으면 그 대가로 다른 하나를 잃는 게 마법의 저주래요. 어떤 묘약이든 효력을 발휘하면 현실 세계에서 다른 뭔가가 끔찍하게 잘못되는 거죠.”
떠나보내고 나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인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다 해 버려서 부끄러운 걸지도.
아주 친밀한 사이인 사람한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엘리자의 생각처럼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의 경계가 풀어질 수도 있어서가 아닐까요? 내가 하는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상대방은 잘 모른다는 안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상황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더 쉽게 내밀한 이야기를 더 쉽게 한다고 하네요.
나는 서너 걸음 성큼성큼 내딛어 가게를 가로질렀다. 책장에 가까이 다가가자 각 책장에 주제를 명시해 놓은 작은 표지판이 보였다. 역사, 의술, 철학, 나는 표지판들을 부지런히 눈으로 쫓았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주인공인 엘리자의 삶은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요.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 싶을 때마다 유칼리투스 오일을 발랐다. 유칼립투스는 바르는 기침약 빅스 베이포럽의 성분 중 하나였고, 충혈과 기침에 아주 효과적이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문장이었어요. 저는 그냥 읽고 지나간 문장에서 아래처럼 중요한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셨어요.
<전통으로 내려오는 자연 성분의 약재들이 잘 활용되면 좋을 듯하다. 인도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약이 되는 나무가 있는데, 서구 산업이 들어오면서 그 약나무를 특허 내어 약품의 원료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사람들이 계속 사용해 오면 나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사람의 목숨이나 건강이 특허나 금액 때문에 제한된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다고 여겨진다. 기술이 있어도 약이 있어도 돈이 되지 않으면 사람을 치료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니 말이다.>
어느 새 길고 긴 10번의 모임 중 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반을 넘어서 후반기를 시작하는 6번째 모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