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특강: 중독경제시대, 폭력과 혐오는 어떻게 상품이 되었는가?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4-12-12 10:41
조회
77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나누기 쉽지 않은 시국이지요. 모두 무탈히 지내고 계신가요? 이 사회에 대한 우려와 묵직한 책임감을 품은 많은 분이 지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특강>에 함께해주셨어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마지막 날인 12월 10일 19시, ‘중독경제 시대, 폭력과 혐오는 어떻게 상품이 되었는가?
(부제: 불법촬영부터 딥페이크 사태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과 대안 찾기)’라는 주제로 온라인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의는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이자 프로젝트38 활동가이신 손희정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어요. 손희정 선생님의 소문난 강의력 덕분인지, 참여자들의 이 시국에 대한 분노와
연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강의 신청자 수만 해도 200명이 훌쩍 넘었는데요. 온라인 강의임에도 참여자들의 열기가 후끈후끈 화면 바깥으로 뿜어져 나왔답니다.
이번 특강은 2024년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하여 성평등활동네트워크(도봉여성센터, 마포여성동행센터, 서초구양성평등활동센터,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공동 주최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올해 6월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했고, 이번 강의가 네트워크의 첫 협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요.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https://www.jungnangeac.com/wp-content/uploads/2024/12/1-1024x500.jpg)
강의에서는 오늘날의 중독경제 시대에서 폭력과 혐오가 어떻게 상품이 되고 돈이 되고 정치의 표(票)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 문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해졌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깊이 알고 싶어 참여하신 분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제에 대해 전부 속속들이 알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시작된 배경과 원인, 사회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등 핵심적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손희정 선생님은 강의 시작에 앞서, 최근의 디지털 기반 성범죄 흐름에 대해 어떤 사건인지 성급하게 진단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성급한 판단 아래의 대응책이 실패할 때마다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가?’ 다시 질문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요. 지금 우리의 판단은 다양하게 산출될 수 있는 여러 문제의식,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대화를 나누며 함께하자고
독려했습니다.
손희정 선생님은 영화학자로서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남성들이 재현되는 방법, 남성성이 실천되는 방식을 비판해 오셨어요. 가부장적 사회가 어떻게 남성만을 시민으로
상정하고, 진정한 남자다움을 실천하게 하도록 남성성의 신화를 강요해 왔는지 구조에 대해 비판했지요. 이런 배경에서 디지털이라는 테크놀로지가 우리에게 어떤 시대를 열어
놓았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람들이 ‘필요’를 소비하는 산업자본주의를 지나 ‘상징’을 소비하는 소비자본주의 시대를 거쳤고, 이제는 개인의 인지 행위 자체가 자본이 되는 사회가 되면서 각종 SNS를
비롯하여 모든 시장이 ‘중독’을 디자인하게 되었다고 해요. 사람들의 도파민을 채굴해서 온라인(소비 시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중독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때, 유저의 행동 변화 자체가 온라인 시장에서는 상품이 됩니다. 이 시장은 도박, 마약, 가상자산투자, 포르노그라피적 이미지, SNS 등 중독 문제와 불가분하게 얽혀 있어요.
이 폭력과 혐오가 상품이 되는 시대에서는, 그것이 정치적 자원이 될 수도 있었기에 작금의 국가적 사태와 분리될 수 없기도 하지요.
딥페이크 성범죄는 오랜 가부장제 범죄 문화 아래 양산된 문제인데, 보통 이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지 않거나 그에서 딥페이크만 제거하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곤 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시선 자체가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미녀들의 수다’ 루저의 난과 2017년 갓건배 추격전 사례 등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과
인간 존엄성 훼손은 오늘날 딥페이크 성범죄 속 ‘지인 능욕 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마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지요. 하지만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교도소(N번방 가담자 신상공개 명분으로 개인정보 불법 유포한 사이트) 사건이 발생하여 남성 피해자가 나온 것처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막지 못한 사회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피해자로 양성하며 공멸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손희정 선생님은 여성을 수단으로 삼는 시장이 산업화되고, 여성혐오가 돈이 되는 이 디지털 시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디지털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디지털 시대가 비물질성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을 그 시작으로, 이전까지 묵인되어 온 시민
주체 여성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https://www.jungnangeac.com/wp-content/uploads/2024/12/6-1024x494.jpg)
열정적인 2시간의 강의가 끝난 후, 채팅창을 통해 참여자들의 질문과 참여 소감이 쏟아졌습니다. 개중 몇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후기를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는 이번 특강을 마지막으로 2024년 프로그램을 마무리합니다. 내년에 반갑게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 한해도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전과 안녕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때, 서로를 살피며 계속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특강>에 함께해주셨어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마지막 날인 12월 10일 19시, ‘중독경제 시대, 폭력과 혐오는 어떻게 상품이 되었는가?
(부제: 불법촬영부터 딥페이크 사태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과 대안 찾기)’라는 주제로 온라인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의는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이자 프로젝트38 활동가이신 손희정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어요. 손희정 선생님의 소문난 강의력 덕분인지, 참여자들의 이 시국에 대한 분노와
연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강의 신청자 수만 해도 200명이 훌쩍 넘었는데요. 온라인 강의임에도 참여자들의 열기가 후끈후끈 화면 바깥으로 뿜어져 나왔답니다.
이번 특강은 2024년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하여 성평등활동네트워크(도봉여성센터, 마포여성동행센터, 서초구양성평등활동센터,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공동 주최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올해 6월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했고, 이번 강의가 네트워크의 첫 협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요.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https://www.jungnangeac.com/wp-content/uploads/2024/12/1-1024x500.jpg)
강의에서는 오늘날의 중독경제 시대에서 폭력과 혐오가 어떻게 상품이 되고 돈이 되고 정치의 표(票)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 문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해졌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깊이 알고 싶어 참여하신 분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제에 대해 전부 속속들이 알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시작된 배경과 원인, 사회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등 핵심적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손희정 선생님은 강의 시작에 앞서, 최근의 디지털 기반 성범죄 흐름에 대해 어떤 사건인지 성급하게 진단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성급한 판단 아래의 대응책이 실패할 때마다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가?’ 다시 질문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고요. 지금 우리의 판단은 다양하게 산출될 수 있는 여러 문제의식,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대화를 나누며 함께하자고
독려했습니다.
손희정 선생님은 영화학자로서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남성들이 재현되는 방법, 남성성이 실천되는 방식을 비판해 오셨어요. 가부장적 사회가 어떻게 남성만을 시민으로
상정하고, 진정한 남자다움을 실천하게 하도록 남성성의 신화를 강요해 왔는지 구조에 대해 비판했지요. 이런 배경에서 디지털이라는 테크놀로지가 우리에게 어떤 시대를 열어
놓았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람들이 ‘필요’를 소비하는 산업자본주의를 지나 ‘상징’을 소비하는 소비자본주의 시대를 거쳤고, 이제는 개인의 인지 행위 자체가 자본이 되는 사회가 되면서 각종 SNS를
비롯하여 모든 시장이 ‘중독’을 디자인하게 되었다고 해요. 사람들의 도파민을 채굴해서 온라인(소비 시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중독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때, 유저의 행동 변화 자체가 온라인 시장에서는 상품이 됩니다. 이 시장은 도박, 마약, 가상자산투자, 포르노그라피적 이미지, SNS 등 중독 문제와 불가분하게 얽혀 있어요.
이 폭력과 혐오가 상품이 되는 시대에서는, 그것이 정치적 자원이 될 수도 있었기에 작금의 국가적 사태와 분리될 수 없기도 하지요.
딥페이크 성범죄는 오랜 가부장제 범죄 문화 아래 양산된 문제인데, 보통 이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지 않거나 그에서 딥페이크만 제거하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곤 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시선 자체가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미녀들의 수다’ 루저의 난과 2017년 갓건배 추격전 사례 등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과
인간 존엄성 훼손은 오늘날 딥페이크 성범죄 속 ‘지인 능욕 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마다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지요. 하지만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교도소(N번방 가담자 신상공개 명분으로 개인정보 불법 유포한 사이트) 사건이 발생하여 남성 피해자가 나온 것처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막지 못한 사회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피해자로 양성하며 공멸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손희정 선생님은 여성을 수단으로 삼는 시장이 산업화되고, 여성혐오가 돈이 되는 이 디지털 시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디지털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디지털 시대가 비물질성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을 그 시작으로, 이전까지 묵인되어 온 시민
주체 여성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https://www.jungnangeac.com/wp-content/uploads/2024/12/6-1024x494.jpg)
열정적인 2시간의 강의가 끝난 후, 채팅창을 통해 참여자들의 질문과 참여 소감이 쏟아졌습니다. 개중 몇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후기를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는 이번 특강을 마지막으로 2024년 프로그램을 마무리합니다. 내년에 반갑게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 한해도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전과 안녕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때, 서로를 살피며 계속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 성차별적 문화가 우리나라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전세계적인 문제인지?
- 이는 전세계적인 문제. 그렇지만 전세계 딥페이크 성범죄물의 피해자 53퍼센트는 한국 여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에 사용할 수 있는 아시아 여성의 몸 빅데이터가 굉장히 많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더욱 많은 이야기는 ‘페미묻다’ 유튜브를 통해서 알아 가시기를 권한다. 디지털 마초 문화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도서 <인셀 테러> 참고.
- 남성성을 깨자고 하면 여성화된 약자로 치부하거나 동성애에 대한 공포, 엄포로 덮어버리는 이 사회에서 현재의 남성성을 바탕으로 한 중독경제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혹시 작은 희망적 움직임 혹은 현상으로 볼 수 있을지?
- 지금은 아무도 전통적인 남성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통적 관념에서 남성성, 여성성 신화는 희미해지고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그렇게 헌것이 지나갔는데도 새것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미니즘 운동으로 새것을 끌어왔는데도 남성들은 그렇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가 누구인지, 나다움을 찾아가면서 그 공백을 채워야 한다. 모험과 실험,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게 불가능한 상태다. 조금만 잘못해도 나락에 간다면 누가 기꺼이 모험할 수 있는가? 모험과 실험 없이 모델을 따라가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모델마저 다 부서진 상태.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우리 앞에 펼쳐진 상황. 이때가 성평등 교육이 무척 중요한 시점이다.
- 여성의 수많은 피해 사례나 사회문제를 접하면서 어떨 때는 분노가 감당이 안 돼서 모른 척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시는지?
- 페미니스트 자부심으로 산다. 문제를 알아볼 수 있는 자부심. 그리고 이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는 것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래서 역사 공부를 한다. 이 사회가 안 바뀌는 것 같지만, 어딘가 분명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같이 만드는 사회 변화에 자긍심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