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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후기
2025 몸으로 만나는 성평등: <방어는 나의 권리입니다만> 1강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5-06-11 18:26
조회
48
방어는 기술이 아니라, 권리다 —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1강 후기

‘호신술’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이소룡, 격투기, 빠르고 강한 동작들…
저도 처음엔 뭔가 과격하고 비범한 기술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에서 주관한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은 그런 이미지와는 정말 많이 달랐어요.
이 워크숍은 단순히 몸을 쓰는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내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경계를 침범당해왔는지
돌아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무뎌졌던 경계에 대한 내 감각을 다시 꺼내보고, 정립해보고
방어를 권리로 이해하는 갚진 시간이었어요.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누는 것

제일 처음으로 한 건 !
우리가 겪었던 '위험했던 순간들'을 나누는 활동이었어요.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당연하다는 듯' 일어난 성적 침범,
어릴 때, 밀폐된 공간에서 덥썩 손을 댄 '아는 어른'
집에 가는 길 왜인지 모르겠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은 감각
너무 어렸고, 빠르게 지나가버렸고,
“내가 예민한 건가?” 싶어 그냥 넘겼던 순간들.
그런 깊숙한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꺼내게 되더라고요.
신기하죠.
서로를 믿을 수 있겠다는 분위기, 감각 같은 게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놀랍지도 않게,
이건 각자만 겪은 일이 아니었어요.
누군가의 말이 내 기억이 되기도 하고,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기도 했고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이 딱 떠오르는 순간이었어요.
‘방어’의 시작은, 거리 잇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어는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손기술, 발기술 이런 거잖아요?
근데 이 워크숍에서는 그보다 더 기본이 되는 걸 배웠어요.
바로 ‘거리’를 인식하는 감각이요.
팔을 두 번 뻗을 수 있는 1m 정도가 안전거리.
반대로, 팔 하나 정도 거리인 50cm 안쪽은 위험거리.
가해자들은 보통 처음에 ‘무해한 척’하며 다가와요.
그게 바로 경계를 시험해 보는 거예요.
처음엔 어깨로, 팔로...
그래서 "오지마"라는 단호한 한마디,
거리를 확보하려는 확실한 움직힘 하나로도
‘간’ 보던 걸 멈추는 경우도 많대요!
1m의 안전거리 확보, 잊지 말아요!
오히려 더 가까워져야 할 때도 있다

이건 정말 신기했는데,
위급한 상황일수록 ‘거리를 좁히는 게 방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였어요.
상대가 내 손목을 확 잡아끌 때,
그걸 뿌리치려고 허우적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까이 붙어서 중심을 밀어내는 방식.
이건 몸으로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이더라고요.
거리 조절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말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하지 마.”
“싫어요.”
“도와주세요."
이렇게 간단한 말들이 생각보다 진짜 어렵죠.
저도 그렇고, 많은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참고 넘기는 걸 배워온 것 같아요.
‘참을성 있는 게 예의다’, ‘불쾌해도 말하지 마라’… 그런 식으로요.
그래서 그런지,
입 밖으로 그런 말을 꺼내는 연습 자체가 어색하고 어딘가 쑥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연습했어요.
단단하고 낮은 목소리로, 확실하게 내 경계를 설정하기!
그리고 동작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확실하고 단호한 대응을 하는 것만으로도
수동적일거라 생각하고 내 경계를 침범해오는 가해자들에게는
당황을 유발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을거란 확신이 생겼어요!
혼자가 아니었다는 따뜻한 확신
참여자 대부분이 20~30대 여성들이었고,
이름도 잘 모르지만,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서인지
질문은 계속 이어졌고, 수업이 끝나고도 열기가 식지 않았어요.
"그때 그 일, 내가 잘못한 게 아니었구나."
"그건 경계를 넘은 게 맞았구나."
"내가 싫다고 말해도 되는 자리였구나."
서로 확신을 주고받는 자리였어요.
흐릿했던 경계들이 또렷해지고,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대가 조용히 피어났어요.
어쩐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던 밤이었어요.
다음 편도 기대돼요!
이번 워크숍은 방어의 ‘시작’이었고,
다음에는 더 적극적인 방어와 간단한 공격 기술도 배운다고 해요! 기대되죠?
내 몸과 마음의 경계를 지키는 연습,
더 이상 혼자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된 시간.
다음 주에도 후기 남겨볼게요. 우리, 같이 배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