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2025년 중랑구성평등주간 성평등 영화제 <생츄어리 상영 & 씨네토크>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5-09-26 12:23
조회
276

지난 9월 6일(토) 오전, 메가박스 상봉점에서 2025 중랑구 성평등영화제의 상영작, 다큐멘터리 <생츄어리>와 씨네토크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일주일간 이어진 성평등주간의 마지막 프로그램이기도 했습니다. 성평등주간은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으로 지정된 주간으로, 중랑구에서는 올해 <돌봄, 새로운 상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문화행사와 포럼이 마련되었습니다. 성평등주간을 마무리하는 영화제에는 100여 명에 가까운 분이 신청해 주셨고, 행사 당일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이 가득 찰 만큼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 왜 ‘성평등영화제’에서 동물 다큐멘터리를?
올해 중랑구성평등주간의 주제는 ‘돌봄, 새로운 상상’ 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돌봄’이라고 하면 어떤 관계가 떠오르시나요?
보통 자녀 양육이나 부모 부양, 혹은 돌봄교사, 장애활동보조사 같이 특정 성별이나 직업을 가진 분들의 몫으로만 돌봄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돌보고 돌봄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돌봄을 특정 성별이나 직업, 계급이나 위치에 따라 주어지는 특수한 업무가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토대이자 이런 촘촘한 관계망들을 엮어내는 힘으로 새롭게 상상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돌봄을 성별이나 직업, 계급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더 나아가 ‘종(種)’을 넘어 확장된 돌봄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영화 〈생츄어리〉는 개발과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들을 구조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만 머물지 않고 동물까지 확장된 돌봄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회적 관계망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을지 묻는 영화였습니다.
* 영화 〈생츄어리〉가 전하는 이야기
<생츄어리>는 산업화된 도시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동물들과 관계망을 놓지 않고, 끝내는 그들의 보금자리를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장면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구조되기보다는 죽음을 맞는 동물이 더 많은 현실,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다종돌봄’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힘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 씨네토크: 돌봄을 새롭게 묻다
상영 후에는 왕민철 감독님과 곰보금자리 김민재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질문과 답변은 영화가 던진 ‘다종돌봄’ 메시지를 더 깊게 확장시켜 주었습니다.
돌봄의 어려움
첫 번째 화두는 돌봄의 무게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동물 돌봄은 초원에서 평화롭게 먹이를 주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현실 돌봄은 평화보다는 위험을 수반합니다. 더욱이, 돌봄은 흔히 ‘여성의 본능’처럼 자연화되거나 숭고한 희생으로 미화되어 돌봄에 따르는 어려움을 이야기 하기 어렵게 민드는데요. 돌봄은 몸으로 하는 구체적인 수행인 만큼, 지리하고, 노동집약적이며, 때로는 아주 무거운 결정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안락사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었죠. 영화는 우리가 잘 이야기하지 않는 돌봄의 그림자를 보여주며, 안락사를 돌봄과 책임의 영역에 넣을 수 있는 것인지, 관객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김민재 돌봄 활동가님께, 매일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여쭤봤습니다. 김민재 활동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곰은 인간과 소통하도록 진화하지 않은 동물이라, 곰이 필요로 하는 돌봄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
즉, 돌봄은 돌보는 사람의 선의만으로 채워지지 않고, 피돌봄자의 욕구를 읽어내고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곰보금자리에 살고 있는 14마리 곰들 모두 제각각 다른 성격과 필요를 지니고 있기에, 그때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곧 돌봄이란, 돌봄제공자와 피돌봄자 사이의 긴장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배우고 관계를 다시 써 내려가는 실천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돌봄과 젠더>
곰보금자리에서 활동하는 돌봄활동가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들이었습니다. 김민재 활동가는 이에 대해, “보통 사회는 돌봄을 여성의 몫으로 자연스럽게 여겨왔지만, 곰 같은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이 여성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이, 노인, 환자 같은 ‘약자’를 향한 돌봄은 여성과 쉽게 결부되지만, 힘이 세고 예측 불가능한 야생동물을 여성들이 돌본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라거나 의아해한다는 것이죠. 그는 그렇기에 돌봄을 성별로 규정하기보다, 전문성과 자질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왕민철 감독 역시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현재 곰보금자리 여성 활동가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말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돌봄노동의 젠더화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감독은 단순히 “여성이라서 돌본다”는 도식에 갇히지 않으면서, 관계에 마음을 쓰는 여성들이 많은 현상을 해석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적 본능’이라는 고정관념에 저항하면서 동시에, 사회를 지탱하는 관계망을 만들어내는 힘이 많은 여성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여러방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제공'으로서의 돌봄의 제도화와 개별성>
씨네토크 후반부에서는 돌봄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돌봄은 오랫동안 ‘여성의 사적 영역’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저평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돌봄은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며, 이를 공적 의제로 전환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전라남도 구례군에서는 전국 최초로 동물보금자리(생츄어리) 조례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구조된 동물들이 평생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제도적으로 마련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하지만 동시에 돌봄이 제도화되면서 따라올 수 있는 위험성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효율을 앞세운 제도 속에서는 돌봄이 획일적인 프로토콜로 굳어지고, 피돌봄자가 ‘약자’나 ‘보호 대상’이기에, 서비스제공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틀에 갇히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돌봄을 서비스나 시혜적 지원으로만 바라보면, 오히려 신자유주의 시장 속에서 돌봄 책임을 더 취약한 존재에게만 떠넘기게 됩니니다.
관객들 역시 이 부분을 짚어내며, 돌봄은 정형화된 틀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관계적인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민재 활동가는 “곰보금자리에서는 각 곰의 특성에 맞는 개별 돌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답했습니다. 돌봄은 정해진 규칙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매 순간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죠.
<생츄어리란?>
씨네토크의 마지막 질문은 “생츄어리란 어떤 공간일지”를 상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김민재 활동가는 말했습니다.
“어떤 고정된 모습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 제약이 생겨요.
중요한 건 돌봄과 책임이 있다면 그곳이 생츄어리 아닐까요?”
왕민철 감독은 여기에 “생츄어리나, 공존이라는 말이 멋진 구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공존이라는 말 자체에는 많은 불협화음이 담겨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때로는 인간과 동물의 이해가 부딪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두는 공간이다. 서식지를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사실 ‘생츄어리(Sanctuary)’는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이 아닙니다. 동물이 인간의 소유나 전시, 번식의 도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간을 뜻합니다. 각 동물이 가진 개성과 필요에 맞게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며,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 방식을 실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도 여러 생츄어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 곰보금자리: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구조된 곰들이 평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
- 새벽이생츄어리: 개, 고양이, 가축 등 다양한 동물들을 종 차별 없이 돌보는 공간.
- 꽃풀소 달뜨는 보금자리: 도축장에서 구조된 소와 돼지 등이 살아가는 보금자리.
이곳들은 단순한 보호소가 아니라, 동물이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실천의 장이 되고 있으니, 많이 관심가져주세요.
* 다종돌봄, 성평등주간의 확장된 상상
이번 영화제를 통해 우리는 돌봄을 인간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생명 종들로 확장하는 상상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생츄어리는 ‘보호’의 공간이 아니라, 돌봄과 책임을 실천하는 과정으로의 공간임을 보여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