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중랑구청소년디지털성폭력 현황과 대안찾기 - 지역사회(자치구) 역할 중심으로 토론회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5-10-30 15:15
조회
30

1. 기획의도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는 청소년이 디지털 공간에서 겪는 폭력과 혐오의 실태를 지역 단위에서 분석하고, 자치구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지난 8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는 자체 개발한 설문을 통해 중랑구 내 청소년 4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이어 10월에는 ‘디지털 시대의 교실, 혐오를 넘어 성평등으로’라는 주제로 70여 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서,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가 지역 차원에서 디지털 성폭력 대응 방안을 공론화하고, 그 문제를 기술적 단속의 수준을 넘어 구조적·문화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며 지역사회의 역할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2. 발제 및 토론 내용

첫 번째 발제에서 박지현 솔루션2045포럼 대표(전 추적단 불꽃 활동가)는 디지털 성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짚으며, AI와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으로 범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가해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SNS 익명성과 불법촬영물의 손쉬운 유통 구조,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가 ‘장난’으로 포장된 폭력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건수는 작년대비 156% 증가한 반면, 디지털성범죄 피해대응 예산이 2025년 기준 31.5%나 감액되고, 피해자 지원 인력은 4년째 39명으로 고정되어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교육과 예방, 회복을 위한 공공 예산과 인력 확충이 근본적 해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안지영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 팀장은 중랑구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인식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조사는 중랑구 내 초등학교 6학년 100명, 중학교 2학년 100명, 고등학교 1학년 100명 등 총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낮은 처벌 수위보다는 ‘장난’으로 여기는 또래문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92%의 청소년들이 학교, 경찰, 시민단체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또래끼리 안전하게 성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도 많았다. 안 팀장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와 지역 차원의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청소년과 교사, 부모가 함께 배우는 연계형 예방교육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구 단위의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기 다른 위치에서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대응의 현실과 과제를 짚었다.

김민주 중랑구의원은 2024년 제정된 「중랑구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피해지원 조례」를 소개하며, 해당 조례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으려면 행정적·재정적 기반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민참여예산으로 확보된 680만 원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사업’은 첫걸음에 불과하며, 향후 본예산으로 확대 편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초구의 사례를 공유한 김세진 서초구양성평등활동센터 부장은, 2023년 조례 제정 이후 2024년 한 해 동안 초·중학생 7,000명을 대상으로 110회의 예방교육을 진행한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서초구는 전문가 교안 제작, 전문강사 조직, 학부모 대상 교육, 구민 서포터즈 캠페인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해 지역 전체가 교육망으로 연결되는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모델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지속 가능한 예산, 기초 조사, 전문 인력 확보”를 꼽으며, 중랑구 역시 예산과 인력의 선행 확충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육자 대표로 참여한 김승빈 씨는 “학교는 기관으로, 기관은 학교로 돌려보내는 사이에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부모는 죄책감만 남는다”고 말하며, 부모들이 감시자가 아닌 ‘디지털 리터러시 동반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과 실시간 상담창구, 원스톱 피해지원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3. 전체토론
이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현장 교사, 학부모, 활동가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중랑구 소재 한 교사는 “1년에 한 번의 설명식 교육으로는 변화가 어렵다”며, 개념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2~3차년도까지 이어지는 반복적·심화형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플랫폼에서 성폭력 형사 사건 재판방청을 도모하는 한 개인 활동가는, 2019년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가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암호화폐·VPN 등을 활용한 새로운 수법이 늘었다며, 경찰·지자체·방심위가 연계된 합동 모니터링 인력과 전담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랑구 거주하는 학부모는 “학교의 성교육이 여전히 ‘난자와 정자의 만남’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아이들이 유튜브나 단톡방을 통해 폭력적 성 인식을 배우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가 이전한 뒤 중랑 지역의 교육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중랑구 내에도 구 단위의 성평등·디지털 안전 교육 거점 공간을 신설하거나,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가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산 확충을 요청했다. 특히 자녀의 이야기를 공유해 준 한 학부모의 발언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자녀가 친구들과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돈을 빌린 친구가 ‘못 갚으면 내 알몸을 올려도 된다’며 스스로 찍은 사진이 실제로 유포된 사건을 보며 웃고 있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범죄’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고, 재밌는 해프닝으로 소비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참여자는 “단 한 번의 촬영이나 전송 행위가 끝이 아니라, 그 사진이 이후 어떻게 가공되고, 재유포되며, 어떤 식으로 타인의 손을 거쳐 확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순한 ‘예방’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동의’의 의미와 성적 자기결정권의 경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데 참가자들은 공감했다.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 김보람 센터장은 울산시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자체와 교육청이 협력해 초등학교 5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필수화한 정책을 소개했다. “중랑구도 예산 2~3천만 원 정도면 전 학년 단위의 필수교육이 가능하다”며, 교육청과 구청의 연계 의지를 당부했다. 이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관계자는 “센터 상근 인력이 2명뿐이라 현재는 공론화 수준에서 머물지만, 예산과 인력이 확보된다면 학교 안 교육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예산과 인력 확충이 모든 과제의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방교육을 다년 사업으로 편성하고, 청소년 대상 뿐 아니라 교사·학부모 대상 연속교육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또한 센터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이 단순한 명목상의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도록, 협치위원회와 의회를 중심으로 본예산 편성 요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4. 결론
이번 토론회는 처벌과 보호 중심의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성평등한 사회로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방향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기술로 만든 문제를 기술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말처럼, 디지털 성폭력의 문제는 감시의 강화가 아니라 청소년의 권리와 존엄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 문화 확산을 통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제와 맞닿아 있다. 이는 단순한 범죄 예방이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타인의 권리를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감수성을 기르는 과정이다. 이러한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방교육의 확대, 전문 인력의 확충, 그리고 학교·지역·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지속적 노력이야말로 청소년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토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토론회 자료집은 아카이브 -> 발간자료에 가시면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