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2026 중랑구성평등주간 <걷기 한마당>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6-09-11 12:07
조회
114

9월 5일 오전, 중랑동행길 입구가 평소보다 이른 시간부터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2026 성평등주간을 맞아 마련한 걷기 한마당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기 때문인데요. 올해 성평등주간의 주제인 ‘함께 돌보는 중랑, 함께 만드는 성평등’에 맞춰 나이와 성별, 성적지향, 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걷고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본격적인 걷기는 오전 10시부터였지만, 현장에는 9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다양한 사전행사가 펼쳐졌습니다. 성평등·생태환경·건강돌봄을 주제로 한 그림책 전시와 디지털성폭력의 현실과 예방을 함께 생각해보는 디지털문화시민 프로젝트 전시가 열렸고, 발달장애인 화가가 현장에서 직접 얼굴을 그려주는 인물 드로잉도 진행됐습니다. 특히 인물 드로잉은 시작부터 큰 인기였습니다. 화가 앞에 앉아 자신의 얼굴이 그림으로 완성되는 모습을 기다리기도 하고, 완성된 그림을 서로 보여주며 웃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부터 동네 주민들까지 자연스럽게 전시와 체험을 둘러보면서, 걷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행사장은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중랑구 걷기클럽 리더들과 함께하는 준비 체조로 걷기 한마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몸을 충분히 풀고 난 뒤에는 서영교 국회의원과 중랑구 구의원들이 참석해 성평등주간을 축하하고, 지역에서 함께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나누었습니다. 이날 걷기 한마당에는 1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사전에 신청해 참여했습니다.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만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참가자들은 5개 조로 나뉘어 중랑동행길을 따라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날의 걷기는 정상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평범한 등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길을 따라 걷는 중간중간 잠시 멈춰 성평등과 돌봄을 생각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섯 개의 스탠드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 곳 이상의 스탠드에 참여해 스탬프를 모으면 작은 선물도 받을 수 있어, 참가자들은 스탬프 지도를 들고 다음 미션을 찾아가는 재미까지 함께 즐겼습니다.

첫 번째 스탠드는 초록상상이 준비한 ‘중랑을 바꾸는 한마디, 성평등 언어 연습실!’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차별적인 표현을 찾아보고, 조금 더 평등한 말로 바꾸어보는 언어 실험실입니다. 익숙하게 사용했던 표현을 다시 들여다보며 “이 말도 이렇게 바꿔볼 수 있겠네요” 하고 새로운 표현을 고민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사)중랑마을넷과 중랑마을지원센터가 함께 준비한 ‘함께 돌보는 돌봄의 숲’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를 돌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지금 내가 돌보고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더 잘 돌보고 싶은 사람과 관계, 마을과 환경 등을 적어 ‘돌봄의 나무’에 걸었습니다. 하나둘 매달린 다짐들이 모이면서 비어 있던 나무도 어느새 돌봄의 마음으로 풍성해졌습니다. 세 번째 스탠드는 중랑구환경교육센터가 준비한 ‘성평등 퀴즈’였습니다. 평소 내가 성평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재미있는 문제를 풀며 확인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답을 맞히며 기뻐하는 사람도, 예상과 다른 답에 “정말요?”라며 다시 한번 설명을 읽어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퀴즈를 통해 성평등을 어렵고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일상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 ‘성평등이랑 친구해요’에서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의 SNS를 구독하며 앞으로도 지역의 성평등 활동과 계속 연결되는 미션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하루의 행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열릴 교육과 행사, 지역의 성평등 소식을 계속 만나고 함께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마지막 ‘성평등 야호!!’는 망우산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과 신내1동 새마을작은도서관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성평등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약속’을 하나씩 품고 봉화산 정상에 올라 힘차게 성평등을 외치는 미션이었습니다. 긴 길을 함께 걸어 도착한 정상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며 이날 걷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걷기 한마당은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가 혼자 만든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사)중랑마을넷, 중랑마을지원센터, 초록상상, 망우산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 중랑구 걷기클럽, 중랑구환경교육센터, (사)중랑통합부모회, 중랑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신내1동 새마을작은도서관까지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조직이 중랑성평등네트워크를 구축해 준비 과정부터 현장 운영까지 힘을 보탰습니다. 각자의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성평등한 마을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역할을 나누었기에 가능한 자리였습니다.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현장에서 행사를 발견하고 즉석에서 참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오늘 무슨 행사예요?”라고 물으며 스탠드를 둘러보고, 퀴즈를 풀거나 돌봄의 나무에 자신의 이야기를 보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성평등이 특정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 서로를 돌보는 방식, 마을에서 관계 맺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의 봉화산에서 우리는 같은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누군가는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누군가는 옆 사람의 속도에 맞추고, 또 누군가는 잠시 멈춰 기다렸습니다. 어쩌면 ‘함께 돌보는 중랑, 함께 만드는 성평등’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모두가 같은 속도로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와 조건을 살피면서도 누구도 길에서 빠지지 않도록 함께 가는 것. 아름다운 가을날, 걷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기다리며 돌봄과 평등의 의미를 되새긴 2026 성평등주간 걷기 한마당. 이날 함께 내디딘 걸음들이 앞으로도 중랑 곳곳에서 성평등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작은 걸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