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발간자료
<중랑x성평등x잇다> 신내1동 새마을작은도서관 한지윤 활동가
중랑x성평등x잇다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11-10 13:55
조회
535

-1

-2

-3

-4

-5

-6

-7

-8

-9

-92

-93

-94

-95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내1동 새마을작은도서관 관장 한지윤입니다. 마을에서 작은도서관 활동을 10년째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제가 오히려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그림책을 매개로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가 데시앙아파트에 입주를 하고 보니 아파트 단지 내에 도서관이 있었어요. 그때 제 아이들이 굉장히 어렸을 때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러 자주 드나들게 되었어요. 도서관이 꼭 책을 읽는 공간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 당시 도서관 안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어서 참여했어요. 이렇게 질 높은 프로그램이 내가 사는 아파트 도서관에서 운영된다는 게 큰 혜택을 입은 것 같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어요.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책놀이지도사, 북아트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내가 받은 혜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려고 그림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이웃만들기사업으로 그림책 동아리, 역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마을에 한 발짝 들어가게 되었지요. 책으로 마을과 연결된 거예요.
*이웃만들기사업 : 일상생활의 다양한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주민들의 소모임을 지원하는 사업
작은도서관 활동은 선생님께 어떤 의미일까요?
‘나는 왜 이 도서관 활동을 10년째 하고 있지?’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내가 좋았고 행복해서.’라고 답할 것 같아요.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좋았고 제가 뭔가 활동을 제안하면 으싸으싸 함께 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도서관은 책이 있는 공간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용자가 있어야 해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리고 꼭 책을 읽지 않아도 공간을 함께 활용하고 소통하고 연대하고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지역 주민들이 활동을 한다는 것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큰 의미가 있었고 그런 활동을 통해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는 게 아이들의 성장에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키우듯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매개로 우리 아파트의 아이들, 우리 마을의 아이들을 마을과 함께 할 수 있는 성인으로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데시앙아파트책울터도서관 관장을 하고 있을 때 일인데요.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관련해서 학습하는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 마을에서 자랑하고 싶은 곳을 인터뷰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제가 있는 도서관으로 온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을 받았어요. 아이들이 자기들이 만든 질문지를 가지고 와서 인터뷰 요청을 하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뭉클하고 벅찬 감정이 생기더라구요. 아이들이 자기 돈으로 산 박카스 한 병을 건넸을 때, 마을 주민들이 농장에서 캐온 거라면서 상추, 오이 이런 걸 가져다 주실 때마다 책이, 도서관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구나 생각이 들면서 뿌듯함을 느껴요.
작은도서관이 마을에 필요한 이유
내가 살고 있는 집 가까운 곳에 언제라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도서관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은도서관이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의 우물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동네 사랑방처럼 그냥 언제든지 편하게 드나들며 책도 보고 잠시 쉴 수도 있는 공간이 작은도서관이면 좋겠어요. 구립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하기는 어렵거든요.
10년째 마을 활동을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무엇일까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을 생각만큼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저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활동가이기도 하지만 양육자이기도 하고 딸이자 며느리이기도 한데 그런 위치에서 제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요. 그 어떤 정체성보다 ‘한지윤’이라는 개인으로 존재하고 싶었고 활동도 조금씩 확장해 가는 시기여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마을에는 활동가이면서 양육자이기도 하고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제 상황을 아는 선배활동가들이 조언을 해 주시고 위로해 주셨어요.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상황이 좀 편해지면 그때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다고요. 제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위로가 되었어요.
활동을 하며 혹은 생활 속에서 경험한 성차별적인 상황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고 성차별적인 상황에 있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마을에서 행사를 하다 보면 음식을 준비해서 먹을 때가 있어요. 상 차리는 일을 대부분 여자들이 해요. 최소한 내가 먹은 건 자기가 치워야 하는데 “저기 아줌마들 많은데 놔 둬.” 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 예전에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치웠어요. 앞으로는 그런 일이 생기면 웃으면서 각자 치우는 게 좋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들에게 ‘성평등’은 어떤 의미일까요?
‘성평등’은 사실 제 관심 분야가 아니었어요. 그림책 활동을 통해 초록상상 성평등팀을 만나면서 제 안의 새로운 영역에 불이 켜진 느낌이었어요. 불평등과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겨 있는 그림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유명한 작가의 그림책에도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는 걸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 책이 너무 좋은 책이라 생각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그림책 활동을 했던 과거의 일이 반성이 되기도 했구요.
올해 성평등 주간에 처음 제가 활동하는 도서관 이름으로 부스에 참여했고 동네N 모임과 함께 성평등영화제를 진행했어요. 영화제에 참여하신 동네 주민이 울컥하시면서 ‘영화를 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면서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말씀해 주시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도서관에서 성평등영화제를 마을과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이런 매순간이 저한테는 자극이 되고 힘이 됩니다.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계속 돌아보고 어제보다는 한뼘 더 성장하려고 노력합니다. 성평등은 저에게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최근 관심 있는 성평등 이슈는 무엇인가요?
성평등 의제와 관련해 정치인들이나 장관들의 발언, 행동들을 유심히 보고 있어요.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이 있기도 했고요. 성평등 정책, 사업들이 계속 없어지고 축소되고 그런 상황들이 활동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상황이 안 좋게 변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하구요.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니까 우리 지역에서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 등등 그런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아무래도 남매를 키우고 있다 보니 제 양육 태도를 점검하게 됩니다. 큰 아이가 남자인데 중학생이거든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남자니까, 오빠니까, 여자니까.”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어느 날 가족회의를 열어서 아이들에게 사과했어요. 엄마가 열심히 배우고 있으니 같이 노력하자구요. 무거운 짐은 당연하게 아들이 들게 하거나 딸에게는 오빠 말을 따르라고 하구요. 제 아이들이 성평등 가치를 알고 행동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부터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덧붙이고 싶은 말
책은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삶을 살아가는 기준을 심어줄 수도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책을 보는 아이들은 내면의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마을에서 작은도서관이 중요한 이유예요. 성평등은 도서관의 특정 사업이나 프로그램으로 연계되는 이슈가 아니라 도서관 활동의 매순간, 모든 영역에 담겨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성평등활동센터에 ‘작은책방 461’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구요. 동네에 이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동네마다 작은도서관, 책방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많이많이 이용하고 연대해 주세요.
글 : 보라마녀 / 사진 : 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