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발간자료
<중랑X성평등X잇다> 중랑길친(중랑구 길고양이 친구들) 양미연 활동가 인터뷰
중랑x성평등x잇다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2-11-11 14:48
조회
787
중랑구에서 살아가는 당신이 들려주는
'일상과 마을 그리고 성평등'이야기, <중랑x성평등x잇다>
<중랑X성평등X잇다>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가
지역주민과 활동가를 직접 만나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카드뉴스입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중랑길친’과 양미연님을 소개해주세요.
양: 중랑길친(중랑구 길고양이 친구들)은 주민 소모임으로 시작한 비영리 단체입니다.
중랑구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밥자리를 돌보며 서로 의지하고자 모였던 주민들이 사회 문제로서 길고양이 문제를 인식하고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도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러 활동을 함께 또는 개인으로 하고 있어요.
마을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양: 중랑구에서 처음 한 활동은 초록상상*에서 한 청소년양육자모임이었어요. 그후 건강교육, 에너지교육, 독서모임을 했고 마을분들과 2년간 방과후 청소년쉼터도 함께 운영했었어요.중랑길친에서는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관리와 함께 민원지역 인식개선 청소캠페인, 학대방지 현수막 설치, 길고양이 TNR** 진행, 동물보호조례 추가요청 활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재개발 지역에 사는 길고양이 이주사업을 할 때는 방법을 몰라 막막했고 추운 겨울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람도 갑자기 내쫓기면 갈곳을 찾느라 힘들겠지만,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폐허에서도 잘 떠나지 않다가 철거시 희생되곤 하거든요. 구청 동물복지팀, 구의원,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주를 도왔던 재개발지역의 고양이들이 이주예정지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참 다행스러워요. 또 도시에서 먹이활동이 어려운 길고양이들을 위해 주민센터와 공원 등 총 23개소에 구청 동물복지팀과 함께 공공급식소를 설치, 관리하고 있습니다.
*초록상상: 지역 여성들과 함께 건강하고 생태적이며 성평등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풀뿌리 단체
**TNR: Trap(포획)-Neuter(중성화수술)-Return(제자리방사)을 지칭하는, 길고양이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정책
길고양이를 돌보는 활동을 시작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양: 파양된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게 되면서 중랑길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제서야 길고양이가 눈에 보이더라고요. 측은지심에 밥을 챙겨주다 보니 ‘이건 밥만 줄 일이 아니구나. 사회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우리가 모든 걸 다 해결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거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모두가 함께 살아가던 땅을 사람이 차지해버린 건데 고양이가 혐오의 대상이 되니 안타까웠어요. 고양이는 흙에 배설하고 묻는 본능이 있는데 도시에서는 흙을 찾기 어려워 길에 배설하기도 해요. 도시의 녹지와 공원이 사라지고 갈수록 건물로 꽉꽉 들어차니 동물도 사람도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 책임과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나누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활동을 하며 경험한 성차별적인 상황이 있으신가요?
양: 여성돌보미들이 항상 한탄하듯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내가 남자였으면 저렇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았을 거야” 라고요.
한 돌보미의 옆집 사는 사람이 쇠막대로 고양이들을 위협하고 들으란 듯 큰소리로 욕을 해서 너무 무서웠대요. 대화를 하곤 싶은데 혼자 만나기 두려워 덩치큰 남성친구를 불렀는데, 친구의 말은 공손하게 듣고 바로 수긍하더래요. 저 역시도 길고양이 밥자리를 돌보던 중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나이든 남성에게 ‘여기에 담배 꽁초를 버리시면 안 된다’라고 얘기했다가 욕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내가 덩치가 큰 남성이었다면 저렇게 행동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남성돌보미들은 그런 일을 거의 당하지 않거든요.
여성에 대한 폭력, 길고양이에 대한 폭력은 약자에 가해지는 폭력이라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꼭 물리적으로 약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가 낮다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모든 존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성평등한 사회의 모습과 길고양이를 위한 활동은 같은 맥락에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양: 맞아요. 개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도 같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성차별도 개인이 감당하는 무게는 크지만 그 모든 일들이 누구에게나 ‘동시에, 한번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보니 모두의 문제로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고요. 내 발등에 떨어져야 비로소 깨닫지 말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의 조화를, 오늘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의 균형과 공존을 위해 성평등이 실현되고 자연(동물)과의 공존도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 성평등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양: 저는 결혼을 한 이후에 성평등에 대해 더욱 절실하게 느꼈는데요.
이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다가 막상 마주한 현실에 화가 나고 미움만 쌓여갔었어요. 그때 활동하던 초록상상에서 페미니즘을 만났습니다.
가부장제 아래 남성과 여성 간 차별 이외에 더 많은 영역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3세계와도 연결되고, 자연과 인종 문제로도 확장이 되며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 거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들에 대한 모든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길을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양: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라 별명이 ‘곰곰’인데요. ‘곰’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하면 ‘문’이 되거든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과 너무 친해지지도 미워하지도 말고 바람처럼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네요. 혹시 여러분 집에 찾아온 새나 고양이가 있다면 깨끗한 물로 목이라도 축이며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배려해주심 더 좋구요. 생명에 베푼 덕은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옛이야기도 있잖아요^^
중랑X성평등X잇다
중랑구에서 살아가는 당신이 들려주는
일상과 마을 그리고 성평등 이야기
글: 문바다 사진: 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