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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후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특강: 폭주하는 남성성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5-11-27 15:34
조회
37

11월 26일 저녁 7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아 권김현영 선생님의 특별 강연이 있었습니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은 11월 25일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을 시작으로 12월 10일 인권의 날까지 이어지는 16일간의 캠페인 기간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행동하는 시기예요.
늦은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강의장에는 100명이 훌쩍 넘는 분들이 일찍부터 자리했고 그 어느때보다 많은 사전질문이 들어왔어요. 권김현영 선생님 역시 이렇게 많은 질문을 받아본 적은 없다고 놀라며 되물으셨어요. “여러분들은 대체 어떤 분들이시죠?”
책 〈폭주하는 남성성〉을 쓰게 된 배경

이번 강연은 출간 직후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초고속으로 2쇄를 찍은 책, 〈폭주하는 남성성〉 내용을 기반으로 진행됐어요. 선생님은 “2030 남성들의 급진적 극우화가 개인의 성향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이고 정동적인 문제라는 점을 설명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해주셨어요.
특히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의 급속한 극우화, 남성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정체화하는 흐름, 안티페미니즘이 정치적 동원과 결합하는 방식 등을 연구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젠더정치를 진단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책의 출발점이었다고 해요!
강연 내용이 던진 질문들
극우화는 한국만의 문제일까요? 조던 피터슨, 앤드류 테이트, 찰리 커크, 닉 푸엔테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만 봐도, 지금의 극우 현상이 전 지구적 흐름 속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죠. 강의는 바로 이 ‘세계적 극우화’의 흐름을 짚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파시즘과 네오파시즘을 거쳐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신극우가 어떻게 대중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했는지, 그리고 그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국 극우화가 어떤 특수성을 갖고 작동하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았어요.

또, 권김 선생님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극우는 사실 전통적 의미의 ‘보수’와는 다르다”고 짚어주셨어요. 원래 보수·우파라는 것은 기존의 질서나 체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는 정치적 태도인데요. 지금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극우화는 오히려 기존 체제를 부수고, 제도와 규범을 공격하고, 불만과 분노를 조직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선생님은 이런 현상이 생겨난 이유를 “사회가 빠르게 다양해지고 다원화되면서, 기존의 특권과 익숙한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위협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예전에는 성별·계급·가족 형태·직업 등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틀이 비교적 단순했는데, 이제는 삶의 모습과 가치관이 훨씬 다양해졌고, 이 변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존에 누리던 자리’를 잃을 것 같은 불안으로 다가온다는 말씀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극우는 보수의 연장선이 아니라, 기득권이나 익숙한 질서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반동적 감정이 정치적으로 조직된 결과에 가깝다는 설명이 이어졌어요.
2030 남성과 여성의 간극
데이터 분석 결과, 2030 남성의 극우 성향은
- 폭력 용인
- 반복지
- 반이민
- 과도한 동맹중시
등 5개 지표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고 해요.
반면, 2030 여성들은 어떨까요? “2030 여성이 급진적 좌파다”라는 통념과 달리 여성 세대 간 이념 차는 거의 없다는 사실도 언급되었어요. 여성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남성만 빠르게 우경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거죠!
온라인 매노스피어
그 원인으로는, 남성공동체의 붕괴, 놀이, 또래 문화의 부재를 파고드는 온라인 매노스피어가 있다고 언급해주셨어요. 성별로 분리된 온라인 생태계에서 남성들이 온라인에서 서로의 불안, 분노, 상처를 공유하며 결속하는 과정이 어떻게 극우 정동을 강화하는지, 그리고 왜 이런 공간이 지금의 남성들에게 ‘친밀한 공적 영역’처럼 작동하고 있는지 선생님은 구체적으로 짚어주셨어요. 더 나아가 스마트폰 의존, 감정 표현의 차단, 정치화된 종교의 개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는데요.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하고 질문을 남겼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강연의 후반부에서는 대응 방향에 대한 여러 제안이 이어졌어요. 남성들이 혐오와 폭력적 정동에 쉽게 빨려 들어가는 배경에는 서로를 지탱해줄 ‘남성 공동체’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특히 와닿았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특정 담론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모습이 공존하는 마을 공동체, 안정적인 우정과 돌봄이 가능한 사회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도 언급 되었어요.
참석자들의 질문, 그리고 이어진 대화들

뜨거운 열기를 확인한 질의응답 시간. 여러 질문이 켭켭이 쌓여 논의는 더욱 깊어졌어요.
- SNS에서 보이는 극단적인 여성·남성 혐오 현상을 각각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강한 반발은 무엇 때문인지
- 특정 종교가 청소년들에게 반인권·반여성주의 메시지를 주입하는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 ‘유해한 남성성’이라는 표현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
- 페미니즘은 극우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 어린 시절 건강한 성교육과 감수성이 왜 중요한지
- 부모 세대의 과보호와 온라인 방임이 지금의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공동체에서는 하나의 의견만 지배적으로 존재하는 극우세력의 자리가 좁아진다”는 권김 선생님의 답변이 인상깊었어요.
마무리하며
강연을 들으며, 한국 사회의 극우화와 젠더 갈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구조, 공동체의 붕괴, 정치적 환경이 얽힌 결과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어요. 변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다양한 삶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오래 남았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갈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되네요.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같이 고민해나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