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2026 <마을이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3> "우울과 함께 살아가기" 특강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6-01-15 13:43
조회
10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습격,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ICE 총격사건, 이란 시위대 학살 소식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무기력해지는 뉴스들이 이어집니다.
개인적인 이유로든, 사회적인 이유로든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마음이 드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죠.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그리고 주변의 누군가가 힘들어 보일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혼자 고민하지 말고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마음으로 강의 <우울과 함께 살아가기>를 기획했습니다.
우울을 개인이 홀로 이겨내야 할 짐으로 남겨두지 않고, 마을 공동체와 관계 안에서 함께 다뤄야 할 삶의 형태로 이야기하기 위해 서일대학교 학생상담센터·중랑마을지원센터·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는 3년째 <마을이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해당 사업의 올해 첫 번째 강의였답니다.

1월 13일 저녁 7시,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특강을 듣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발걸음해주셨습니다. 강의는 류승우(산마루심리상담센터장)님이 진행해 주셨는데요.

강사님은 우울을 마음의 나약함이 아니라, 기질과 삶의 사건, 사회적 환경이 만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설명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마음은 ‘날씨’와 같다는 비유를 드셨어요. 날씨가 늘 변하듯, 우리의 기분과 상태도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 하지만 한 가지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폭염이나 혹한이 지속될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 역시 쉽게 지치고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강의에서는 우울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오해도 짚어주셨습니다.
- 우울은 의지로 만들어내거나 참아서 이겨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수면·식욕·활력 같은 신체 리듬과도 깊이 연결된 상태라는 점.
- 또 “우울할 땐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면 된다”는 말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무조건적인 고립과 정지는 오히려 반추(끝없이 되감기는 생각)를 키울 수 있고, 가능한 범위에서 일상을 아주 작게라도 다시 연결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치료와 회복에 대한 설명도 현실적이었습니다. 약물치료를 선행해 어느 정도 일상이 바닥에서 올라온 뒤에야 상담과 행동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도 짚어주셨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를 예로 들며, ‘기분이 좋아지면 하겠다’가 아니라 ‘해보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접근(행동 활성화)을 설명해주셨고, 완벽주의적인 목표를 쪼개고 작은 행동을 쌓아가는 과정의 중요성도 함께 나눴습니다.

마을에서 열리는 여느 강의처럼,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완성해 나간 Q&A 시간이었습니다. 질문은 자연스럽게 개인을 넘어, 마을과 관계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애도는 사람을 잃었을 때만 해당하나요? 역할이나 건강, 삶의 방식 같은 것을 잃었을 때도 애도가 필요한가요?”
이에 대해 강사님은, 애도란 결국 무엇을 잃었는지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이전의 나, 해오던 일, 유지하던 역할 역시 중요한 상실이 될 수 있으며 그 상실을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하면 우울은 반복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트라우마를 말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2차 상처가 생길까 걱정돼요.”
강사님은 최근 상담의 흐름이 마음과 몸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라우마는 생각만이 아니라 신체 감각과 반응에도 남기 때문에, 언어 중심 접근을 넘어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회복될 수 있는, 예술치료, 신체치료 방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더불어, 꿀팁까지 하나 얹어 주셨는데요. 상담 접근성 역시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죠. 상담 비용과 정보 접근성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그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갈리게 돼요. 이에 강사님은 상담 바우처를 활용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방법과, 실제로 연계 가능한 지역 상담소를 안내하며, 마을 차원에서 제도와 사람을 잇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https://www.socialservice.or.kr:444/user/htmlEditor/view2.do?p_sn=71

“마을에서 고립된 사람들을 밖으로 이끌어내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강사님은 사람을 밖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질문을 바꿔보자고 말했습니다. “왜 안 나오실까?” 대신 “이분은 무엇을 잃었을까?”를 묻는 것 우울이 상실의 경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상실을 다정하게 묻는 질문이야말로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해도 괜찮은 자리를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날 강의는 우울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을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고립과 우울을 함께 감당할 수 있을지를 함께 상상해보는 역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의 질문 덕분에 강의는 더 깊어졌고, “우울을 혼자 두지 않는 마을”이라는 방향이 또렷해진 저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