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2026 중랑구 우리동네 젠더스쿨] <망우산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 참관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6-09-23 17:08
조회
21

2026 우리동네젠더스쿨 선정팀인 망우산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의 <우리동네 성평등 마을밥상>에 다녀왔습니다. 9월 20일 열린 이날 밥상은 지난 몇 달 동안 이어진 마을밥상을 마무리하는 ‘추석맞이 성평등 마을밥상’이었습니다. 망우산마을공동체 마을과아이들은 2016년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와 마을 주민, 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이 함께 모여 만든 공동체입니다.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활동에서 출발해, 어린이와 학부모의 모임을 지원하고 이웃들이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며 중랑구에서 오랫동안 마을공동체의 기반을 만들어왔습니다.
마을과아이들이 올해 우리동네젠더스쿨을 통해 시작한 <우리동네 성평등 마을밥상> 역시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가족과 이웃 간의 관계가 느슨해지면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일상을 감당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을과아이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시 ‘마을에서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이웃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만들고 밥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가장 일상적인 자리에서부터 공동체를 다시 시작해보자는 것입니다. 특히 이 밥상에는 ‘성평등’이라는 중요한 원칙이 더해졌습니다. 함께 먹는 것뿐 아니라 누가 장을 보고, 누가 재료를 손질하고, 누가 요리하고, 누가 상을 차리고 치우는지까지 살펴봅니다. 흔히 가정 안에서 특정 성별의 몫으로 여겨져 온 밥과 돌봄의 일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주방부터 식탁까지 일상의 공간에서 성평등을 직접 실천해보는 자리입니다. 올해 마을밥상은 하서맞이, 소서맞이, 대서맞이, 처서맞이 등 절기를 따라 매달 이어졌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간을 함께 맞으며 제철 음식을 만들고 안부를 나눴고, 비폭력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관계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9월에는 다가오는 명절을 앞두고 ‘추석맞이 성평등 마을밥상’으로 마지막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날의 메뉴는 명절 하면 빠질 수 없는 나물과 전이었습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재료를 다듬고 전을 부쳤지만, 정해진 일을 각자 나눠 맡아 빨리 음식을 완성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해요”, “나는 이 나물을 이렇게 무쳐요” 하며 저마다 익숙한 조리법과 식습관을 이야기했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집과 생활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누군가 능숙하게 앞장서면 다른 사람이 옆에서 재료를 건네고, 손이 부족한 곳이 보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옮겨 함께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성평등 마을밥상>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완성된 한 끼보다 그 한 끼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을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손을 보태고, 각자 알고 있는 것을 나누고, 서로의 말을 들으며 한 끼를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를 연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평등 역시 거창한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누가 요리하고 누가 돌보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익숙하게 나뉘어 있던 역할을 다시 나누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명절은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지만, 가족의 형태와 관계가 다양해진 오늘날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이웃들이 모여 함께 전을 부치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명절 안부를 묻는 이날의 풍경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함께 음식을 만들고 안부를 살피며 서로를 돌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1인가구의 증가와 관계 단절, 고립과 은둔 같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이름을 알고, 함께 밥을 먹고, 다음에 마주쳤을 때 안부를 물을 사람이 마을에 한 명씩 늘어나는 것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동네 성평등 마을밥상>은 성평등을 배우는 일이 곧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연습하는 일임을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