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작은책방461, 북클럽 1기 <넬라의 비밀약방> 세 번째 만남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03-10 13:53
조회
201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듯 이슬비가 조용히 내리는 목요일 아침. 성평등활동센터 작은책방461이 분주함으로 채워집니다. 오실 분들을 위해 책방을 따듯하게 온도를 높이고 커피와 차를 준비합니다.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네요.”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오늘은 정말 봄이 온 것 같아요.”
“책 모임하기 좋은 날씨네요.”
두런두런 이런저런 일상을 나누면서 참가자들의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북클럽 3번째 모임을 시작합니다. 지난번보다 한뼘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암웰 주인님 뒤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쟁반 오른쪽의 접시를 들어 올려 주인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때 주인님의 한 손이 내 다리 뒤쪽에 닿더니 묵직한 치마를 슬그머니 위로 밀어 올렸다. 주인님의 손길이 무릎 뒤쪽에서 허벅지 아랫부분까지 올라왔다. “아주 좋구나.” 암웰 주인님이 드디어 손을 치우고 포크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 주인님의 손이 닿았던 다리가 따끔거렸다. 피부 아래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발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나는 주인님한테서 멀리 떨어져 나와 두 번째 접시를 마님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식당 가장자리의 내 자리로 돌아가 돌처럼 가만히 서서 곧 닥칠 순간을 기다렸다.
이 내용을 가지고 책 속 고용주의 성추행에서 시작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까지 성폭력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폭력의 원인, 피해자다움, 가해자와 피해자, 피해자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등등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래서 이런 모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베아트리스를 계속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이가 나처럼 어둡고 끔찍한 생각들을 절대 하지 않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라면서. 엄지손가락에 와 닿는 부드러운 울의 감촉으로 보아 아이를 감싼 포대기가 아이 엄마와 아빠 옷을 합친 것보다 더 비쌀 것 같았다. 베아트리스, 넌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구나. 나는 눈빛만으로도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쓸만한 농장 일손을 잃는 게 싫었고 엄마는 막내와 헤어지는 게 싫었다.
“심장 한 조각이 잘려 나가는 것 같아.”
“그래도 네가 엄마 같은 인생을 살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어디에 던져지든 그곳에서 네 인생을 시작해야 해.”
엄마는 농장 일을 돕는 오빠들이 넷이나 있으니 내가 적절한 나이가 되면 런던에서 지낼 곳을 찾아줘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린 나이에 시골을 뜨지 않으면 목초지와 돼지우리 너머의 세상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그 문제로 몇 달 동안 다투었지만 엄마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모성,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다들 각자의 엄마와 그리고 우리 주변에 엄마를 둘러싼 너무나 많은 서사가 있다 보니 책 속에서 비슷한 내용에 마음이 끌리셨나 봅니다. 북클럽에는 연령대가 다양한 4명의 기혼여성과 2명의 비혼여성이 참여하고 있는데 같은 기혼여성이어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모성에 대한 생각이 달랐어요. 고민 지점도 다르구요. 비혼여성의 입장은 기혼여성보다 덜 구체적이지만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나비처럼.” 엄마가 맞장구를 쳤다. “힘 있는 사람들도 번데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해. 그건 마법이야. 런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단다.”
베아트리스가 조용해지더니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 안의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 보고 내 비밀들과 날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엿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세상의 권력을 모두 가진 이들도 번데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코 알지 못할 거라는 엘리자 엄마의 말에 우리 모두 공감했어요. 자연을 느끼고 공존하는 능력을 우리는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했구요.
남자들에게는 미로다. 그들이 베어앨리에서 찾으려 했던 것을 나는 알려줄 수 있었는데. 살인자는 길고 섬세한 손을 들어 올릴 필요도 없다. 죽어가는 남자를 만질 필요도 없다. 그보다 더 현명한 다른 방법이 있다. 약병과 음식. 그 약제사는 우리 여자들의 친구이자 여자들의 비밀을 제조하는 자였다. 남자들이 우리 때문에 죽었다. 다만 그 일은 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 약제사 잘못이 아니다. 내 잘못도 아니다. 다 내 남편 탓이다.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걸 탐한 남편 탓이다.
‘죽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문장을 골라 주셨어요. 주변의 남성을 죽인 그 여성들은 행복해졌을까? 약제사의 비밀에 한발 더 다가선 주인공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그 발견은 주인공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정해진 분량만 읽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뒷 이야기를 읽어버린 분도 있어요. 다 읽었든 안 읽었든 무엇이 중요하겠어요.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위해 문장을 고르고 글을 적는 그 시간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날입니다.
참여자 중 한 분이 오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자신이 너무나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만난 건 아니었나 반성했다고 하시네요. 북클럽에 참여하면서 기존과 다른 생각들을 너무 많이 특히 오늘 모임에서 들으면서 ‘내가 잘 살고 있나?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셨다면서요. 그 이야기를 꺼내 주셔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각자의 삶이 옳고 그른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일 것 같습니다. 북클럽이 누군가에게 그런 장소가 된다면 모임지기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다음 모임이 더 기다려지는 3번째 모임이었습니다.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네요.”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오늘은 정말 봄이 온 것 같아요.”
“책 모임하기 좋은 날씨네요.”
두런두런 이런저런 일상을 나누면서 참가자들의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북클럽 3번째 모임을 시작합니다. 지난번보다 한뼘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오늘 참여자들이 뽑은 나를 붙잡은 문장들입니다.
암웰 주인님 뒤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쟁반 오른쪽의 접시를 들어 올려 주인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때 주인님의 한 손이 내 다리 뒤쪽에 닿더니 묵직한 치마를 슬그머니 위로 밀어 올렸다. 주인님의 손길이 무릎 뒤쪽에서 허벅지 아랫부분까지 올라왔다. “아주 좋구나.” 암웰 주인님이 드디어 손을 치우고 포크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 주인님의 손이 닿았던 다리가 따끔거렸다. 피부 아래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발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나는 주인님한테서 멀리 떨어져 나와 두 번째 접시를 마님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식당 가장자리의 내 자리로 돌아가 돌처럼 가만히 서서 곧 닥칠 순간을 기다렸다.
이 내용을 가지고 책 속 고용주의 성추행에서 시작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까지 성폭력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폭력의 원인, 피해자다움, 가해자와 피해자, 피해자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등등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래서 이런 모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베아트리스를 계속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이가 나처럼 어둡고 끔찍한 생각들을 절대 하지 않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라면서. 엄지손가락에 와 닿는 부드러운 울의 감촉으로 보아 아이를 감싼 포대기가 아이 엄마와 아빠 옷을 합친 것보다 더 비쌀 것 같았다. 베아트리스, 넌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구나. 나는 눈빛만으로도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쓸만한 농장 일손을 잃는 게 싫었고 엄마는 막내와 헤어지는 게 싫었다.
“심장 한 조각이 잘려 나가는 것 같아.”
“그래도 네가 엄마 같은 인생을 살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어디에 던져지든 그곳에서 네 인생을 시작해야 해.”
엄마는 농장 일을 돕는 오빠들이 넷이나 있으니 내가 적절한 나이가 되면 런던에서 지낼 곳을 찾아줘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린 나이에 시골을 뜨지 않으면 목초지와 돼지우리 너머의 세상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그 문제로 몇 달 동안 다투었지만 엄마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모성,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다들 각자의 엄마와 그리고 우리 주변에 엄마를 둘러싼 너무나 많은 서사가 있다 보니 책 속에서 비슷한 내용에 마음이 끌리셨나 봅니다. 북클럽에는 연령대가 다양한 4명의 기혼여성과 2명의 비혼여성이 참여하고 있는데 같은 기혼여성이어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모성에 대한 생각이 달랐어요. 고민 지점도 다르구요. 비혼여성의 입장은 기혼여성보다 덜 구체적이지만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나비처럼.” 엄마가 맞장구를 쳤다. “힘 있는 사람들도 번데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해. 그건 마법이야. 런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단다.”
베아트리스가 조용해지더니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 안의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 보고 내 비밀들과 날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엿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세상의 권력을 모두 가진 이들도 번데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결코 알지 못할 거라는 엘리자 엄마의 말에 우리 모두 공감했어요. 자연을 느끼고 공존하는 능력을 우리는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했구요.
남자들에게는 미로다. 그들이 베어앨리에서 찾으려 했던 것을 나는 알려줄 수 있었는데. 살인자는 길고 섬세한 손을 들어 올릴 필요도 없다. 죽어가는 남자를 만질 필요도 없다. 그보다 더 현명한 다른 방법이 있다. 약병과 음식. 그 약제사는 우리 여자들의 친구이자 여자들의 비밀을 제조하는 자였다. 남자들이 우리 때문에 죽었다. 다만 그 일은 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 약제사 잘못이 아니다. 내 잘못도 아니다. 다 내 남편 탓이다.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걸 탐한 남편 탓이다.
‘죽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문장을 골라 주셨어요. 주변의 남성을 죽인 그 여성들은 행복해졌을까? 약제사의 비밀에 한발 더 다가선 주인공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그 발견은 주인공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정해진 분량만 읽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뒷 이야기를 읽어버린 분도 있어요. 다 읽었든 안 읽었든 무엇이 중요하겠어요.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위해 문장을 고르고 글을 적는 그 시간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날입니다.
참여자 중 한 분이 오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자신이 너무나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만난 건 아니었나 반성했다고 하시네요. 북클럽에 참여하면서 기존과 다른 생각들을 너무 많이 특히 오늘 모임에서 들으면서 ‘내가 잘 살고 있나?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셨다면서요. 그 이야기를 꺼내 주셔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각자의 삶이 옳고 그른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일 것 같습니다. 북클럽이 누군가에게 그런 장소가 된다면 모임지기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다음 모임이 더 기다려지는 3번째 모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