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발간자료
<중랑x성평등x잇다> 중랑마을넷 이상현 활동가
중랑x성평등x잇다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02-17 10:27
조회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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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랑마을넷 운영위원 상현입니다. 마을의 사업과 활동을 같이 논의하고 역할을 나누어 맡는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가요?
중랑기후시민, 중랑구 청년 모임 ‘모랑모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중랑기후시민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책 모니터링과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요. 모랑모랑에서는 지역에서 청년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외에 마을 안팎에서 기후위기 대응, 청년, 돌봄, 노동, 성평등, 국제 연대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활동 10년 차이신데요, 마을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배경과 과정에 대해 간략히 듣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에 입학하고 서울에서 살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제가 사는 지역에 ‘마을이 있다’는 인식이 없었죠.
아는 사람 하나 없었고, 지역에 뿌리와 관계망 역시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저와 친구들의 단골 가게 철거 소식을 들었어요. 근처 아파트 주민들의 차량 통행을 위한 거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한 거죠.
지역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며 주민들과 관계 맺고 살던 사람들이 한 번에 그렇게 내쫓길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에 서명 운동 등을 했었고 가게 주인분이 보상을 제대로 받는 결과가 있었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내가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그게 나에게 소중하다는 감각이 생겼어요.
중랑구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18년 중랑희망연대에서 활동하며, 중랑청년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중랑청년기본조례 청원운동을 하면서부터였어요. 이후 중랑 민•민협력기반 조성사업 전담활동가를 맡아, 여러 단체와 함께 중랑구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방향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할지 고민하고 계획을 짰어요. 청년·청소년·문화예술·돌봄·건강 등 14개 의제와 이슈를 이야기하는 마을 공론장도 만들었고요. 지역 주민들과 정책 제안을 하고 마을이 변화하는 과정까지 직접 보았기 때문에 제일 기억에 남는 활동입니다.
중랑구는 선생님께 어떤 곳인가요? 중랑구와 다른 지역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중랑구는 풀뿌리 여성주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마을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겪은 다른 지역 단체들의 경우, 중년 남성이 주도하거나 성별 분업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중랑구의 경우는 여성활동가들도 대표자를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임 내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거나 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자정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중랑 마을 주민들이 700명 넘게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 누군가 차별적인 발언을 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적이 되고, 그 지적에 동의하는 부분들이요. 또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하는 문화가 있다고 느꼈어요. 중년남성들이 직접 채식 요리를 해 나누어 먹는 ‘지구를 위한 식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처럼요.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성별로 인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청년 여성들을 아가씨, 라고 부르는 게 싫어요. 남성 청년들은 그냥 ‘청년’인데 여성들에게는 성별이 하나 더 덧붙여지더라고요.
저는 남성이나 여성으로 저를 정체화하지 않는데 이분법으로 구별지어지고, 때로는 설명해야 하는 게 피곤할 때가 있어요. 굳이 설명하지 않고도 서로 존중하며 함께 활동하면 좋겠고요.
또 일상적인 갈등 상황에서 ‘어린 여성’으로 보이는 저는 훈계의 대상이 되고 당사자인 저 말고 다른 남자 활동가와 대화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일상에 일일이 대응해야 할 때 마음이 많이 지치더라고요.
활동하시는 영역에서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어떻게 등장하나요?
저는 마을에서 나름의 안전망을 가지고 활동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성폭력이 일어나는 걸 봐요.
피해자는 고립되고 결국 공동체를 떠나고요. 어떻게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피해자를 지원하고 2차 가해를 방지할지 매뉴얼이나 반성폭력 내부 규칙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성폭력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공동체이든지 안전망이 필요해요.
또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심각한 피해들이 분명히 있어요. 예를 들어 저소득층 여성들, 특히나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사는 여성 고령 1인 가구들이 기후위기 상황에 더 취약해요. 쪽방촌에 사는 여성들은 폭염 상황에서도 안전상의 이유로 문을 열어두거나 할 수 없어 온열질환에 더 많이 노출되기도 하고요.
청년/기후위기/정치 활동이 성평등과는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조 차원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고군분투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로 인식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요. 사회에서 동등한 권리, 평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연대 감각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의 문제기도 하고요. 차별은 성별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요건들이 중첩되어서 더 큰 차별이 되는데 어떤 사람들이 무엇을 누리지 못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역에서부터 발굴하고 의제화해서 함께 풀어나가는 것에서 굉장히 긴밀하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랑구에서 경험한 성평등 활동은 무엇인가요?
제가 중랑구에 막 이사 온 2014년에 중랑구청 사거리에서 ‘여성주의 페미니즘 강연’ 현수막을 봤어요.
풀뿌리 여성단체 초록상상에서 건 현수막이었죠. 저는 그걸 보는 순간 ‘잘 왔다. 이 지역은 내가 있을 곳이다.’라고 생각했어요. 페미니스트 동료들을 모으려는 사람들이 여기 있구나 생각했죠.
2018년도에 미투 운동이 터지고 나서는 마을에서 여성들이 무슨 경험을 할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프로그램을 했어요. 다양한 지역 단위들과 정당, 초록상상과 어떻게 중랑구에서 성평등을 실현해 갈지 각자의 고민을 여는 장을 만들었었죠. 지방 선거 때 동네에서 출마한 여성 정치인들의 성차별적 경험도 이야기할 수 있었고요. 이 활동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성평등 이슈는 무엇인가요?
고연령 여성들의 미투랄까요. 최근에 제가 마을 밖에서 활동하는 단체에서 대응했던 사건이 지하철 환경 미화 여성 노동자들을 향한 성폭력 사건이었어요. 이분들이 지금까지 이야기하지 못하고 참아야 했던 경험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어떻게 성폭력과 차별에 대해서 맞서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돌봄 노동자들도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데 열악한 처우와 낮은 임금을 받고 있거든요. 공적으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가 요즘 저에게 중요한 화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