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발간자료
<중랑x성평등x잇다> 초록상상 모만돌 팀
모임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만돌은 “모이고 만나서 돌보자”의 줄임말이에요. 2018년 서울시 건강생태계 사업으로 다양한 주민 건강소모임이 만들어졌어요. 2020년 즈음 지역에서 통합돌봄이 이슈가 되었고 우리도 마을에서 돌봄 활동을 해 보자 의견이 모아져서 소모임을 만들었어요. 그 소모임이 모만돌의 시작입니다.
모만돌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처음에는 소모임을 만들고 어떤 돌봄 활동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회적으로 취약한 어르신 돌봄 활동을 하기로 했고 복지관이나 치매안심센터, 북부병원 이런 곳에서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저희한테 연결을 해 주셔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했어요.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배워서 손마사지도 해 드리고 작은 화분을 준비해서 함께 기르기도 하구요.
방문 활동을 계속 하다가 2020년부터 지역에서 어르신 건강소모임을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2개 동에서 진행했는데 해마다 계속되면서 점점 소모임 수도 늘어나게 되었구요.
소모임은 보통 8주~10주 정도 진행하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면 팀원들이 모여서 책도 같이 읽고 관련 공부도 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모만돌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 모만돌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 좋아 보였어요. 우리가 지금 이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꾸준히 이어져서 나이 들어 나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 활동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을 만나다 보면 오히려 제가 힐링이 되고 힘을 받아요. 모만돌 선생님들과 서로 응원하고 성장하면서 함께 마을활동하는 것도 좋구요.
엄마랑 함께 살고 있는데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모만돌 활동을 알게 되면서 어르신들과 만나다 보면 엄마를 좀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참여했어요. 모만돌 활동에 참여해 어르신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이제는 엄마랑 좀 많이 친해졌어요. 모만돌 활동 덕분입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돌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면 힘들 때도 많아요. 그런데 소모임 활동이 끝날 때가 되면 참여했던 어르신들이 아쉬워하시고 언제 또 만나냐고 물어보세요. 어르신들과 다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 활동을 지속하게 되요.
모만돌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특별히 의미가 있는 활동은?
한국 남자랑 결혼한 외국 어르신을 방문 활동으로 만났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도 국적 취득을 못해서 국가의 복지 혜택을 못 받고 계셨어요. 지역에 있는 복지관을 소개해서 필요한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치매인데 돌봄을 잘 받지 못하는 분을 치매센터와 연결해 치매진단도 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드린 경험도 있구요. 마을활동을 하면서 행정의 복지혜택에서 소외된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올해부터는 저희가 모임하기 전에 전화를 드려요. 별 내용 아니고 내일은 뭐 한다 꼭 오셔라 이런 내용을 안내하는 건데요. 다들 전화를 받으면 엄청 반가워하고 행복해하시는 거예요. 남자어르신이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나니 꼭 나가야겠다면서 모임에 참여하셨어요. 남자분들은 참여를 잘 안 하시거든요. 정말 참여하실까 했는데 오셨더라구요. 별 내용도 없는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는 관심의 표현이 되고 소소한 기쁨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들에게 또는 모만돌 활동에 코로나19가 미친 영향
코로나 이전에는 여성이 주로 돌봄을 한다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도 코로나로 활동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을 통해서 돌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여자인 내가 남편의 어머니를 돌보는 건 당연하고 남자인 아들이 자기 어머니를 돌보는 건 특별하고 대단한 일이 되는데 이건 뭔가 이상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 거지요. 코로나로 생긴 큰 변화예요.
코로나로 만남도 모일 수 있는 공간도 줄어서 어르신들이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몸도 마음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어르신들이 활기가 없어지고 갑자기 치매가 진행된 분도 있구요. 그걸 보면서 사회 관계망이 정말 중요하구나, 마을에서 모만돌 활동이 꼭 필요하구나 생각했어요.
‘공동체 돌봄’을 위해 필요한 것?
돌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 최종 목표는 ‘함께 돌봄’이거든요. 마을에서 서로서로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주고받는 돌봄이 아니라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돌봄이 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서로가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된다는 ‘함께 돌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모만돌도 그렇고 행정에서 하는 돌봄 프로그램도 많은데 1년 단위로 사업를 받아서 진행하다보니 지속적이지 못해요. 비슷한 활동들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총괄하는 단위가 있으면 좋겠구요.
활동을 하며 혹은 생활 속에서 경험한 성차별적인 상황들
텔레비전에서 성폭력 뉴스가 나왔는데 70살이 넘은 어머니께서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니까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셨어요.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다가 결국에는 다투게 되었어요. 이처럼 주변에서 오히려 남자들보다 성차별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나이 많은 여성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어요. 너무 오랫동안 그게 옳다고 주입받으며 사셨으니까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마을에서 인터뷰를 위해 경로당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어르신을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쫓겨난 적이 있어요. 자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신 거예요. 경로당에 여자 어르신들이 더 많은데 회장은 남자가 하고 나이 많고 지위가 있으니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선생님들에게 성평등은 어떤 의미일까요?
건강 리더 심화 과정 내용 중에 페미니즘, 여성주의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저한테도 고정관념이 많아서 그랬는지 불편했어요. 어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활동가들도 피하고 싶었어요. 모만돌 활동, 마을 활동을 통해 많은 성평등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배울 것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평등, 페미니즘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왜 저런 말을 하지? 생각했어요.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키워져서 그랬나 봐요. 모만돌 활동을 하고 공부하면서 지금은 저뿐만 아니라 남편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 동안 당연하다 생각하며 받아들였던 성차별에 대해 이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최근 관심 있는 성평등&돌봄 이슈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청년이 아픈 어머니를 돌보다 지쳐서 결국은 살해하고 범죄자가 되어버린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 청년이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일이 그 청년만의 잘못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요즘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종종 나오더라구요.
자기돌봄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 동안 가족들만 생각하느라 정작 내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더 나이가 들면 나는 어떤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요. 지금처럼 가족 내에서 돌봄이 해결되어야 한다면 자식도 없고 돈도 많지 않은 나의 노후는 어떨까 생각이 드는 거지요.
결국 돌봄은 돈으로 가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함께 돌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글;보라마녀/사진;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