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성평등마을만들기 이화성 워크샵: 송곡관광고등학교

4월 18일, 송곡관광고등학교 도서부 '프라즈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마을 만들기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프라즈나'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지혜'를 뜻하는데,
지혜로운 학생들과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컸답니다.
오늘 교육을 이끌어주실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의 이화성팀!
이화성팀은,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에서 기획한 성평등마을만들기 활동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분들께서
자발적으로 마을에서 성평등 워크샵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랑구 대표 활동단체랍니다.
처음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워크샵이라 조금 긴장했지만,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해줘서 금방 긴장이 풀렸죠. 이번 워크샵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이 자신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워크샵은 '먼지차별(microaggression)'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시작했어요.
https://youtu.be/m1_aExoYrq0?si=3snbRcJXdgrPRa8d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처에 깔려있고 유해하며 늘 치우지 않으면 쌓이는 '먼지'와도 같은 차별, 먼지차별.
"야, 살 빼니까 인간됐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게."
"몇 학번이세요? 아... 대학 안 나오셨구나."
"어이구, 한국 사람 다 됐네!"
학생분들은 "나도 그런 말을 들었는데?" 하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가 자주 하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해요.


그리고 이어서, 이러한 '먼지차별'를 뒤집고 엎어보는 이화성의 대표 활동 '뒤집어라 엎어라' 워크샵을 진행했어요.
“여자애가 ~, 남자애가 ~”와 같은 차별적인 언어나 고정관념을 뒤집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보고,
“너 게이냐?”, “너 장애냐?” 같은 말들이 왜 차별적인지를 함께 고민했답니다.

한 머리가 긴 남학생은, 머리를 이유로 자주 차별적인 말을 들었다고 해요. 머리가 짧은 여학생의 경우, "너는 왜 남자애처럼 하고 다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하고요. 머리카락 길이가 왜 남성, 여성을 가르는 지표가 되어야 할까요? 학생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나는 나일뿐인데..!
그리고 "여자가 덩치가 이렇게 커서..." "남자애가 이렇게 비실비실해서야..."와 같이 여/남에게 반대의 모습을 강요하는 상황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성별에 따라 특정한 모습을 요구하는 사회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성평등이 필요한 이유는 이러한 강요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남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젠더'를 기준으로 특정한 모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그리고 뜨거운 논의 중심에 있었던 그 단어. 페미! “너 페미야?”라는 말이 쓰여진 전을 들고, 한 학생은 물었어요. “페미니스트는 여성우월주의자 아니에요?” 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은 덧붙였죠. “일베랑 같은 말 아니에요?”
선생님들은 이 말을 무시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리고 설명해주었어요. 페미니즘은 평등을 추구하는 운동이고,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페미’라고. 나도 페미니스트라고. 처음엔 좀 의아해하던 학생들은 질문을 거듭하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됐죠.
비슷한 맥락에서, 워크샵 중에 “너 게이냐?”라는 말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 표현은 성적 지향을 묻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죠. 특히 남학생들 사이에서 이 표현은 여성성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적이에요. 예를 들어, 키가 작거나 몸집이 크지 않거나, 다소 여성적인 성향을 보일 때 “너 게이냐?”는 말로 그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표현은 남성성 규범을 강요하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을 비하하는 도구로 작용해요. 결국 이 말은 남성성을 제한적인 틀에 가두고, 여성성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성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게 되죠.
학생들은 이런 말들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 사람의 정체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대화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언어들이 사실은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시간이었죠.

이번 워크샵을 통해 학생들은 차별을 경험하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고, 내 안에 쌓여 있는 먼지 같은 차별들을 털어 내보는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워크샵이 성평등에 대해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성별에 따라 요구되는 서로의 역할을 돌아보고, 그것이 차별이라는 걸 인지하는 시간이 됐다는 점이에요.
성평등에 대한 ‘프라즈나(지혜)’를 안고 돌아간 학생들이, 앞으로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