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중랑장애인권영화제] 이화성 - 뒤집어라 엎어라 부스 운영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5-11-12 10:23
조회
207

11월 7일,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가을날 제7회 중랑장애인인권영화제가 열렸어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의 ‘이화성’ 팀은 오후 한 시 개막부터 저녁 여섯 시 폐막까지 부스를 운영하며 영화제에 함께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관객들도 축제 분위기도 아주 편안하고 따뜻했어요. 이번에 준비한 부스는 작년에 비해 조금 더 깊이 있는 방식으로 구성해봤어요. 바로 ‘불평등한 언어를 성평등한 언어로 바꾸기’ 활동과, ‘성평등한 마을을 위해 마을과 함께 만들었던 실천 문구들 중 하나를 골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기’였어요. 손에 쥐고 갈 수 있는 약속을 남겨, 오래오래 기억하고 실천으로 옮겼으면 했거든요.
준비하는 동안에도 이미 많은 분들이 다가와 문구를 읽어보고 의견을 나누면서 부스가 금방 북적였답니다.

우리가 준비한 실천 문구는 이런 것들이었어요.
- 서로의 얼굴이나 몸에 대해 말하거나 놀리지 않아요.
- 성적인 농담이나 차별하는 말은 하지 않아요.
- 누구나 원하는 일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요.
- 존중을 기반으로, 높임말과 반말은 서로 동의해서 사용해요.
간단한 말 같지만, 막상 일상에서 계속 지켜내기 쉽지는 않은 말들이죠.
부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장애인 당사자분들이나 활동지원사분들 모두 성적 대상화나 신체에 대한 평가를 듣는 경험을 공유해주셨어요. “살은 왜 안 빼?”, “그런 몸매면 인기 많겠다”, “빨리 결혼해야지” 같은 말들이요. 비장애인에게는 쉽게 하지 않을 말도,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툭 하고 내뱉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어요. 그 안에는 장애인을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삶의 주체로 보지 않고, 어딘가 어린 존재처럼 대하는 시선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몸이나 외모에 대한 ‘판단’,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조언’이 더 아무렇지 않게 던져지기도 하고요.
결국 장애를 아동처럼 취급infantalize하는 시선과,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겹쳐서 무례한 말들이 터져나올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와 젠더 차별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려볼 수 있었죠!

참여하신 분들은 마음에 와닿는 문구를 골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가져가셨어요. 사진을 찍는 짧은 순간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려주고, 각자의 속도로 마음에 드는 문구를 고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사진은 단순한 기념이라기보다, 앞으로 내가 어떤 ‘존중’을 실천해볼지 약속하는 시간에 더 가까웠어요.
‘존중’이라는 말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상대도 나처럼 자신의 삶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걸 몸으로 직접 확인해보는 시간이었어요. 말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부터 조금씩.

영화제 곳곳에서도 ‘더 평등한 축제’를 만들기 위한 실천들을 볼 수 있었어요. 먼저 문자 통역과 수어 통역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고, 사전 공연에서는 장애 당사자분들이 램프를 통해 단상에 오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여겼던 계단이 사실은 누군가에겐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어요. 또 영화 상영 전에 자막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있으면 좋은 단어들을 차근차근 소개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모두가 알겠지’라고 가정하지 않는 태도가 참 좋았어요. 모르거나 낯설 수 있는 단어들을 나눌 때, 누군가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 방식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달까요.
물론 현실에서 모든 장벽(배리어)를 단번에 없애는 건 아직 어려워요. 하지만 불편을 보았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손을 뻗는 시도’를 계속 이어가는 것, 이번 영화제는 바로 그 ‘계속’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