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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후기
2026년 중랑구성평등주간 성평등포럼 <9월 중랑마을장 - 함께 돌보는 중랑>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6-09-07 15:23
조회
182

9월 1일, 성평등주간의 문을 여는 성평등포럼 <함께 돌보는 중랑>이 열렸습니다. 이날 우리가 함께 생각해본 것은 ‘돌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돌봄을 한 사람이나 한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두지 않으려면 지역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통합부모회에서 들려준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장애인 자녀가 스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이었습니다. 치료를 받을 곳을 찾는 것부터 학교에 보내는 일까지 부모가 직접 알아보고 부딪혀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치료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집이나 치료실에서 일대일로 가르쳐도 쉽게 익히지 못했던 일들을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에게도 학교가 필요한 이유는 교육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는 ‘공동체의 경험’에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자 새로운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뒤에는 어디에서 사람을 만나고, 무엇을 배우고, 어디에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발제자는 졸업을 앞두고 지역사회를 돌아보니 “구멍구멍이 너무 많았다”고 표현했습니다. 교육과 활동, 취업과 여가까지 그동안 학교 안에서 이어지던 일상을 이제는 부모가 하나씩 찾아 연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발제의 마지막에 나온 ‘생존 돌봄’에서 ‘생활’로 나아가고 싶다는 말이 더욱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장애로 인해 어려운 부분을 줄이고 비장애인 중심의 환경에 적응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아이가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인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 생활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가’로 이어졌습니다.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와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배우고 싶을 때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하고, 일하고 싶을 때 노동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어디에서 누구와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집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활동지원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주거권, 활동지원은 각각 떨어진 복지서비스가 아니라 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서로 맞물려야 하는 조건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권리들이 처음부터 당연하게 주어졌던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도, 저상버스도,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도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살아갈 권리를 요구해온 과정에서 조금씩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활동지원서비스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장애로 인해 일상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삶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선의’에 크게 의존해야 했습니다. 발제자가 과거 활동보조를 하며 만났던 한 장애인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돕는 사람이 힘들까 봐 밥을 빨리 먹고,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으려고 물까지 적게 마셨다고 합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오히려 도움을 주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며 자신의 욕구를 줄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돌봄이 누군가의 착한 마음에 기대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요구를 통해 바뀐 사회는 장애인만 편리한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요구하며 만들어낸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이제 유아차를 끄는 사람도, 노인도, 다리를 다친 사람도 이용합니다. 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도록 만든 환경이 결국 더 많은 사람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이날의 이야기는 ‘장애인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 마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가까웠습니다.

발제 이후에는 참여자들도 테이블에 둘러앉아 중랑에서 필요한 것들을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성인 장애인을 위한 토탈케어센터와 심리치료센터, 장애인주치의제도, 필수노동자지원조례,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식교육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성평등한’ 돌봄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보살피는 것만을 뜻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삶이 가족에게만 맡겨지지 않는 것,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살아갈 장소와 할 수 있는 일의 선택지가 줄어들지 않는 것, 서로 다른 사람들이 동네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며 살아가는 것 이날 포럼은 우리가 말하는 ‘함께 돌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자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