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2026 중랑구성평등주간 <세계의 주인> 성평등영화제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6-09-14 14:51
조회
12

9월 7일 월요일 저녁, 성평등주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성평등영화제가 메가박스 상봉점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성평등주간의 주제는 ‘함께 돌보는 중랑, 함께 만드는 성평등’. 이번 영화제에서는 윤가은 감독의 화제작 〈세계의 주인〉을 함께 보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돌봄’과 ‘연대’의 관점에서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극장에는 하나둘 관객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온 주민부터 혼자 영화를 보러 온 분들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습니다. 영화 상영에 앞서 류경기 중랑구청장님의 축전 영상을 함께 시청한 뒤, 극장의 불이 꺼지고 본격적인 영화 상영이 시작됐습니다. 〈세계의 주인〉은 열여덟 살 ‘주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을 ‘성폭력 피해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쉽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주인은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사랑하고 욕망하고, 때로는 엉뚱한 선택도 하는 복잡한 한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성폭력 가해자의 출소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지만, 주인은 피해자의 삶을 ‘망가진 삶’으로 규정하는 문구에 문제를 제기하며 서명을 거부합니다. 영화는 이 선택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피해자다움’에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곧이어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조은희 원장님과 함께하는 씨네토크가 시작됐습니다. 영화의 초기 단계부터 자문으로 참여한 조은희 원장님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했던 지점부터 실제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피해 생존자들의 경험까지, 영화 안과 밖을 오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대화는 올해 성평등주간의 주제인 ‘함께 돌보는 중랑, 함께 만드는 성평등’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요. 우리는 흔히 성폭력 이후의 회복을 개인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회복에는 주변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원장님은 이야기했습니다. 가족과 친구, 이웃의 지지가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피해 이후 관계가 끊어지며 겪는 고립은 또 다른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위하고 돌본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성폭력에 반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좋은 취지의 말과 행동이라도, 때로는 피해자의 삶을 ‘망가진 삶’으로 단정하거나 당사자의 선택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위한다고 생각했던 말도 당사자에게는 다르게 들릴 수 있고,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관객들도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연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됐습니다. 피해자를 대신해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이 연대가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와 속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역시 중요한 연대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돌봄을 개인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학교와 상담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안전한 관계망을 만들어갈 때, ‘함께 돌본다’는 말도 비로소 더 구체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내 세계에서는 주연으로, 다른 사람의 세계에서는 좋은 조연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이날 〈세계의 주인〉을 함께 보고 나눈 이야기는 올해 성평등주간의 주제인 ‘함께 돌보는 중랑, 함께 만드는 성평등’에서 ‘함께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대화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