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2023 중랑구 우리동네 젠더스쿨] 너나들이공동육아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평등 이야기>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06-07 14:27
조회
427
6월 3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너나들이어린이집’에 다녀왔어요. <우리동네 젠더스쿨>에 참여하는 너나들이공동육아 팀의 열린 강좌가 진행되는 날이었기 때문인데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에서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답니다. 뜨거운 볕 아래 바람이 솔솔 불던 날, 샛노란 색깔의 어린이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들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지금부터 너나들이젠더스쿨의 첫 열린 강좌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평등 이야기”의 방문 후기를 들려드릴게요.

너나들이공동육아는 공동육아 협동 어린이집에서 만난 양육자 모임으로, 공동체와 마을 안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어린이들과 함께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우리동네 젠더스쿨> 공모사업을 통해서 진행하는 너나들이젠더스쿨도 그중 한 활동이지요. 성평등 그림책 관련 강의를 함께 들은 후, 그림책을 함께 연구하면서 성평등 문화를 가정 안으로 가져오려고 해요. 8~9월 중에는 그동안 읽었던 그림책을 낭독하는 워크샵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너나들이공동육아 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센터와 함께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성인지 교육을 주제로 강의와 가정 내 활동을 해보았지요. 작년 활동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서 올해는 모임에 더욱 필요한 활동을 기획·실행하는 중입니다. <우리동네 젠더스쿨> 2년 차에 접어든 너나들이공동육아 팀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세요!

이번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평등 이야기” 강좌는 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의 박차영(살구) 선생님이 진행해주셨어요.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 입문 강좌로, 가정에서 그림책을 성평등한 관점으로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시간이었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요. 강사님은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 장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요. 줄거리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의 미학적인 요소에서도 예술성이 있으니 좀 더 촘촘히 감상하고 누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유독 어린이가 그림책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 그림책으로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세상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어린이에게는 그 세상이 제한적으로 열려있지요. 그림책은 이런 제한적인 세상을 넓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풍성하면서도 안전한 세계가 펼쳐지지요. 상상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문화 전달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줄 수 있어요.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함께 <엄마 도감>이라는 그림책을 낭독하며 읽어보았습니다. 한 참여자분께서 멜로디를 입힌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낭독을 해주셨어요.
엄마 도감은 신생 아기의 시점으로 엄마를 관찰하고 풀어낸 이야기인데요. 다른 책에서 양육자가 아기를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이 책에서는 시점이 다르지요. 모든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라 아기를 낳고 양육하면서 엄마가 되는데,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고 불안한 그 ‘갓난 엄마’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요. 어쩌면 그런 엄마를 지켜봤을 자녀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요.
낭독을 마친 후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생 엄마(아빠)로 태어난 적은 언제였나요? 그때 어땠나요?”
이 질문에 저마다 다양한 답변을 공유해주셨어요.
“10년 차 신생 엄마입니다. 출산 전에는 엄마가 되는 일에 환상이 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엄마가 되는 일은 인간적이고 진짜였어요. 왜 미리 공부하지 못했을까 아쉽더라고요. 우왕좌왕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 차 신생 아빠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당시 아기 이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배우자를 먼저 봤고 배우자가 저를 향해 묻던 질문만 기억납니다. 그리고 질겨서 자르기 어려웠던 탯줄도 기억나네요.”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기를 낳으면 제 배가 홀쭉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요.(웃음)”
“첫째가 딸인데 태어나자마자 처음 아기를 봤을 때는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도 나눠보았어요.
“아기를 돌보다가 친정엄마가 오면 내내 자는 모습이 공감돼요. 저도 그랬어요.”
“엄마가 근육도 있고 남성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엄마 도감 속 엄마의 모습을 보고 한 참여자분께서 남성적이라고 하셨어요. 근육이 있고, 제대로 꾸며 입지 않은 여성의 모습은 미디어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없어서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지요. 그림책의 작가는 실제로 아기를 양육하던 시기에 자신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서 따라 그렸다고 해요. 아기를 돌볼 때 자신을 제대로 챙기거나 꾸밀 수 없는 엄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요. 우리는 이런 모습을 왜 낯설게 혹은 여성적이지 않다고 느꼈을까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과장된 목소리보다는 평소 목소리로 읽는 게 좋다고 해요. 읽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임할 수 있고, 우리가 은연중 가지고 있던 성별 고정관념을 제거하기 위해서인데요.
보통 그림책을 몰입해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물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목소리를 부여해요. 예를 들어, 남성에게는 낮고 힘 있는 목소리를 여성에게는 얇고 높은 목소리를 주고 목소리뿐만 아니라 말투도 정형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기 쉽답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도 그 성별 고정관념을 입히는 게 일반적이죠. 흔히 남성성을 가진다고 여겨지는 호랑이, 주로 여성으로 표현되는 토끼 캐릭터는 다른 목소리와 태도로 읽기 쉬워요. 실제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담당자도 그런 경험이 아주 많아서 반성하게 되었답니다. 그림책 속 인물들에게 입혀진 고정관념들은 함께 읽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레 전해지겠죠? 아이들이 더 다양한 모습의 인물(비인간동물 포함)을 상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의가 필요하겠어요.

강사님은 이어서 한국의 그림책과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좋지 않은 사례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뚜렷한 그림 이미지와 서사, 모성 이미지를 강요하는 내용, ‘정상가족’ 신화, 획일화된 몸의 이미지, 너무 적은 여성 주인공 비율이 그것인데요. 실제 그림책을 예시로 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성평등(Gender equality)은 무엇일까요?
쉽게 풀어보자면, 사회에서 정의하는 성(gender)에 따라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공존과 포용의 기본 가치라고 할 수 있어요. 성별을 포함한 이분법 안에서는 수많은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한 기준에 따라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이 성평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성평등 교육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모두에게 필요한 시민 교육입니다.
이 성평등 가치를 담은 그림책들을 소개하는 ‘오늘의 어린이책’에 실린 도서들을 함께 훑어보았어요. 오늘의 어린이책에서는 주제를 조금 더 세분화하여 ‘자기 긍정’, ‘다양성’, ‘공존’ 세 파트로 책들을 소개해요.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의가 끝나도 참여자분들의 질문이 계속되었는데요. 사그라지지 않는 열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중 몇 질문과 답을 이곳에도 공유해보려 해요.
“실제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글밥이 적은 그림책이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이 구구절절 많은 것은 그림책으로써 좋지는 않아요. 글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있으니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힘들겠지만 글밥을 읽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고요. 볼 때마다 보이는 게 다르니 여러 번에 걸쳐 읽는 것이 좋아요. 만약 아이가 글이 적은 그림책을 읽는 걸 힘들어한다면 글이 많은 책, 적은 책 왔다 갔다 하면서 읽는 것도 도움 됩니다.”
“이런 책들을 많이 보게 되면 오히려 역차별이 있지 않을까? 기존의 가족 형태를 못 보게 된다든지.”
“오늘 소개해드린 책들은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해요. 그 책들을 계속 보여드리니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리고 시중 그림책의 대부분은, 말씀하시는 기존의 익숙한 가족 형태나 사회 분위기를 담고 있는 그 책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통해서 가르치는 건 세상에 더욱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지요.”
“어린이 시기에 성평등한 관점으로 양육한다고 해도 청소년기에 친구나 유튜브 등으로 접하면서 성차별적인 문화에 익숙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어린 시절에 성평등 교육을 통해서 리터러시 능력을 지니게 되면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해도 편협한 생각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아이가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으려 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좋은 이웃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분명 어른들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고요.”

강사님은 마지막으로 이런 당부를 전했어요.
“교육을 하면서 이전에 했던 차별적인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게 돼요. 사실 안 볼 수도 있겠지만, 안 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부끄럽고 불편하더라도 직면해야 고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성차별적인 분위기는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부장 사회의 문화와 관습에 너무나도 오래 젖어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개인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회의 구석구석이 바뀌어야 해요. 제도가, 문화가 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거예요.”

이번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너나들이공동육아 팀은 다가오는 3개월 동안 그림책 연구 모임을 진행합니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평등 매뉴얼’을 활용하여 그림책을 함께 읽고 토론해보려고 해요.
이날의 열기를 잃지 않고, 남은 기간 동안 즐겁게 활동하시기를 응원하며 후기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너나들이공동육아의 소식은 낭독회 워크샵 이후에 다시 전해 드릴게요. 꾸준한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

너나들이공동육아는 공동육아 협동 어린이집에서 만난 양육자 모임으로, 공동체와 마을 안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어린이들과 함께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우리동네 젠더스쿨> 공모사업을 통해서 진행하는 너나들이젠더스쿨도 그중 한 활동이지요. 성평등 그림책 관련 강의를 함께 들은 후, 그림책을 함께 연구하면서 성평등 문화를 가정 안으로 가져오려고 해요. 8~9월 중에는 그동안 읽었던 그림책을 낭독하는 워크샵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너나들이공동육아 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센터와 함께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성인지 교육을 주제로 강의와 가정 내 활동을 해보았지요. 작년 활동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서 올해는 모임에 더욱 필요한 활동을 기획·실행하는 중입니다. <우리동네 젠더스쿨> 2년 차에 접어든 너나들이공동육아 팀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세요!

이번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평등 이야기” 강좌는 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의 박차영(살구) 선생님이 진행해주셨어요.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 입문 강좌로, 가정에서 그림책을 성평등한 관점으로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시간이었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요. 강사님은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 장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요. 줄거리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의 미학적인 요소에서도 예술성이 있으니 좀 더 촘촘히 감상하고 누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유독 어린이가 그림책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 그림책으로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세상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어린이에게는 그 세상이 제한적으로 열려있지요. 그림책은 이런 제한적인 세상을 넓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풍성하면서도 안전한 세계가 펼쳐지지요. 상상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문화 전달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줄 수 있어요.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함께 <엄마 도감>이라는 그림책을 낭독하며 읽어보았습니다. 한 참여자분께서 멜로디를 입힌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낭독을 해주셨어요.
엄마 도감은 신생 아기의 시점으로 엄마를 관찰하고 풀어낸 이야기인데요. 다른 책에서 양육자가 아기를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이 책에서는 시점이 다르지요. 모든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라 아기를 낳고 양육하면서 엄마가 되는데,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고 불안한 그 ‘갓난 엄마’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요. 어쩌면 그런 엄마를 지켜봤을 자녀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요.
낭독을 마친 후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생 엄마(아빠)로 태어난 적은 언제였나요? 그때 어땠나요?”
이 질문에 저마다 다양한 답변을 공유해주셨어요.
“10년 차 신생 엄마입니다. 출산 전에는 엄마가 되는 일에 환상이 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엄마가 되는 일은 인간적이고 진짜였어요. 왜 미리 공부하지 못했을까 아쉽더라고요. 우왕좌왕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 차 신생 아빠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당시 아기 이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배우자를 먼저 봤고 배우자가 저를 향해 묻던 질문만 기억납니다. 그리고 질겨서 자르기 어려웠던 탯줄도 기억나네요.”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기를 낳으면 제 배가 홀쭉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요.(웃음)”
“첫째가 딸인데 태어나자마자 처음 아기를 봤을 때는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도 나눠보았어요.
“아기를 돌보다가 친정엄마가 오면 내내 자는 모습이 공감돼요. 저도 그랬어요.”
“엄마가 근육도 있고 남성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엄마 도감 속 엄마의 모습을 보고 한 참여자분께서 남성적이라고 하셨어요. 근육이 있고, 제대로 꾸며 입지 않은 여성의 모습은 미디어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없어서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지요. 그림책의 작가는 실제로 아기를 양육하던 시기에 자신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서 따라 그렸다고 해요. 아기를 돌볼 때 자신을 제대로 챙기거나 꾸밀 수 없는 엄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요. 우리는 이런 모습을 왜 낯설게 혹은 여성적이지 않다고 느꼈을까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과장된 목소리보다는 평소 목소리로 읽는 게 좋다고 해요. 읽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임할 수 있고, 우리가 은연중 가지고 있던 성별 고정관념을 제거하기 위해서인데요.
보통 그림책을 몰입해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물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목소리를 부여해요. 예를 들어, 남성에게는 낮고 힘 있는 목소리를 여성에게는 얇고 높은 목소리를 주고 목소리뿐만 아니라 말투도 정형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기 쉽답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도 그 성별 고정관념을 입히는 게 일반적이죠. 흔히 남성성을 가진다고 여겨지는 호랑이, 주로 여성으로 표현되는 토끼 캐릭터는 다른 목소리와 태도로 읽기 쉬워요. 실제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담당자도 그런 경험이 아주 많아서 반성하게 되었답니다. 그림책 속 인물들에게 입혀진 고정관념들은 함께 읽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레 전해지겠죠? 아이들이 더 다양한 모습의 인물(비인간동물 포함)을 상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의가 필요하겠어요.

강사님은 이어서 한국의 그림책과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좋지 않은 사례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뚜렷한 그림 이미지와 서사, 모성 이미지를 강요하는 내용, ‘정상가족’ 신화, 획일화된 몸의 이미지, 너무 적은 여성 주인공 비율이 그것인데요. 실제 그림책을 예시로 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성평등(Gender equality)은 무엇일까요?
쉽게 풀어보자면, 사회에서 정의하는 성(gender)에 따라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공존과 포용의 기본 가치라고 할 수 있어요. 성별을 포함한 이분법 안에서는 수많은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한 기준에 따라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이 성평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성평등 교육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모두에게 필요한 시민 교육입니다.
이 성평등 가치를 담은 그림책들을 소개하는 ‘오늘의 어린이책’에 실린 도서들을 함께 훑어보았어요. 오늘의 어린이책에서는 주제를 조금 더 세분화하여 ‘자기 긍정’, ‘다양성’, ‘공존’ 세 파트로 책들을 소개해요.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의가 끝나도 참여자분들의 질문이 계속되었는데요. 사그라지지 않는 열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중 몇 질문과 답을 이곳에도 공유해보려 해요.
“실제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글밥이 적은 그림책이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나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이 구구절절 많은 것은 그림책으로써 좋지는 않아요. 글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있으니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힘들겠지만 글밥을 읽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고요. 볼 때마다 보이는 게 다르니 여러 번에 걸쳐 읽는 것이 좋아요. 만약 아이가 글이 적은 그림책을 읽는 걸 힘들어한다면 글이 많은 책, 적은 책 왔다 갔다 하면서 읽는 것도 도움 됩니다.”
“이런 책들을 많이 보게 되면 오히려 역차별이 있지 않을까? 기존의 가족 형태를 못 보게 된다든지.”
“오늘 소개해드린 책들은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해요. 그 책들을 계속 보여드리니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리고 시중 그림책의 대부분은, 말씀하시는 기존의 익숙한 가족 형태나 사회 분위기를 담고 있는 그 책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통해서 가르치는 건 세상에 더욱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지요.”
“어린이 시기에 성평등한 관점으로 양육한다고 해도 청소년기에 친구나 유튜브 등으로 접하면서 성차별적인 문화에 익숙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어린 시절에 성평등 교육을 통해서 리터러시 능력을 지니게 되면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해도 편협한 생각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아이가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으려 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좋은 이웃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분명 어른들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고요.”

강사님은 마지막으로 이런 당부를 전했어요.
“교육을 하면서 이전에 했던 차별적인 자신의 언행을 반성하게 돼요. 사실 안 볼 수도 있겠지만, 안 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부끄럽고 불편하더라도 직면해야 고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성차별적인 분위기는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부장 사회의 문화와 관습에 너무나도 오래 젖어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개인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회의 구석구석이 바뀌어야 해요. 제도가, 문화가 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거예요.”

이번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너나들이공동육아 팀은 다가오는 3개월 동안 그림책 연구 모임을 진행합니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평등 매뉴얼’을 활용하여 그림책을 함께 읽고 토론해보려고 해요.
이날의 열기를 잃지 않고, 남은 기간 동안 즐겁게 활동하시기를 응원하며 후기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너나들이공동육아의 소식은 낭독회 워크샵 이후에 다시 전해 드릴게요. 꾸준한 관심과 응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