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남성양육자, 우리에게도 필요한 성평등> 2강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11-24 15:39
조회
407
한창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바람이 불어 거리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한파주의보가 내리던 날이었어요.
11월 23일 목요일 저녁 7시, 바깥바람의 소란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성양육자, 우리에게도 필요한 성평등> 2강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님이 “남성양육자인 우리에게 왜 성평등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는데요. 이날 2강에서는 성미산마을의 페미생활(前 아빠페미) 활동가인 이종훈 선생님이 실제 남성 양육자 모임의 페미니즘 실천 활동을 공유합니다.
모두가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그들의 활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지요. 강의를 통해서 활동 중인 모임의 역사를 함께 나누다 보면 우리도 새로운 도전을 받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우리 중랑구에도 남성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가는 페미니스트 모임이 생길 수 있을까요?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종훈 선생님은 자기 고백을 먼저 나눠주었어요.
여성주의를 알기 전에 성차별적인 사회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던 삶에 대해 회의감을 가진다고요. 여성다움, 남성다움의 고정관념 안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고, 그때도 이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이종훈 선생님은 누군가의 피드백과 제안으로 공동체 안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다양한 모임에서 성평등 관점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영향력을 주고받고 계시지요. 그 과정에 아빠페미 활동이 있었는데요.
이종훈 선생님이 아빠페미를 시작하게 된 과정을 들으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 사람의 삶이 바뀌는 데에는 엄청난 사건만이 필수 요소가 아니라, 타이밍 좋게 만난 동료나 누군가의 용기, 함께하자고 내미는 손처럼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것도 포함되는 것 같다고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도 작은 우연이 삶에 중요한 변화들을 가져다주길 바랍니다.

아빠페미는 초반에 모여서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함께 읽기도 하고, 여성혐오나 남성성 등 다양한 키워드를 주제로 사례 조사하여 대화를 나눠보기도 했고요. 성평등한 축제 약속문을 함께 만들거나 마을의 성평등 열린 강좌를 열어 주민과 함께하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해온 아빠페미도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책을 읽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다 보니 다소 이론에 집중해 실천은 뒤로하게 됐던 적도 있었다고 해요. 사회의 성차별 사건들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는 있게 되었으나 가정에 돌아가서 성평등한 관점을 가진 옆지기(옆을 지키는 사람을 의미, 아내나 남편을 대체하여 사용하기도 함)와 아빠가 되는 일에는 미숙했던 거죠. 그래서 가정에서 ‘같이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보통 남편들은 집안일을 하게 되면 “도와준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에 “내가 뭘 도와준다는 거지? 그럼 나는 누구지? 이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는 이종훈 선생님. 그후 집에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냉장고를 뒤져 식재료를 파악하고 장볼거리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까지 살림의 객체가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주체로 끼어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이후 집의 살림을 자기 살림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해요. 심지어 요리가 재밌어지기 했고, 아빠로서의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모임원들의 시도가 그동안 페미니즘에 이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워했던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이었고, 가족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했다네요.

아빠페미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열린 강좌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발제를 하며 페미니즘 이그나이트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차별 없는 공동체를 위한 약속문>도 함께 만들었다고 해요. 주민들과 함께 김장도 하고요. 코로나 이후로 모임의 횟수가 줄긴 했지만 지금도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아빠페미는 지속가능한 페미니즘 실천을 위해 ‘페미생활’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기존 이름에서 아빠의 선명성이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 성평등한 마을로 나아가기 위해서인데요. 성평등한 관점으로 가정에서, 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미생활의 지속적인 변화와 걸음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이종훈 선생님은 강의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나눠주셨어요.
“여성주의는 함께 살기 위한 연대의 과정이다. 우리는 계속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단순히 누가 더 잘살고 못살게 되는 파이 뺐기 게임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를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늘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해주신 말씀이었어요.
강의를 마치고 참여자들의 소감과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용감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들어 백래시가 심해져 더 힘든 시기인데, 혹시나 외부에서 공격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합니다.”
“남성들의 여성주의 활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정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페미니즘 이야기만 꺼내면 화들짝 놀라는 남성들을 많이 봤는데, 오늘 활동하신 내용을 들으니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따님이 관심 가지는 동물권에 대해 선생님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기로 하고, 공부해야겠다고 한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중랑구에 거주, 근무를 하고 계셔서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중랑구에서도 페미생활과 같이 남성들이 성평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이 시작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참여자 간 소통이 있던 강의여서 그런지, 이종훈 선생님은 강의 중 나눠준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힘이 나고 앞으로 무언가를 또 시도해보고 싶어졌다고 소감을 나누었어요. 센터 활동가인 저 또한 중랑구에서도 남성들의 페미니즘 모임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요. 참여자들도 페미생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상상해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따뜻함이 오갔던 2강이 마무리되면서 <남성양육자, 우리에게도 필요한 성평등> 시리즈가 막을 내립니다.
슬슬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의 2023년 프로그램이 하나둘 종료되고 있지요. 한 해 동안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가오는 24년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로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곧 다시 만나요!
11월 23일 목요일 저녁 7시, 바깥바람의 소란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성양육자, 우리에게도 필요한 성평등> 2강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님이 “남성양육자인 우리에게 왜 성평등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는데요. 이날 2강에서는 성미산마을의 페미생활(前 아빠페미) 활동가인 이종훈 선생님이 실제 남성 양육자 모임의 페미니즘 실천 활동을 공유합니다.
모두가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그들의 활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지요. 강의를 통해서 활동 중인 모임의 역사를 함께 나누다 보면 우리도 새로운 도전을 받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우리 중랑구에도 남성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가는 페미니스트 모임이 생길 수 있을까요?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종훈 선생님은 자기 고백을 먼저 나눠주었어요.
여성주의를 알기 전에 성차별적인 사회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던 삶에 대해 회의감을 가진다고요. 여성다움, 남성다움의 고정관념 안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고, 그때도 이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이종훈 선생님은 누군가의 피드백과 제안으로 공동체 안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다양한 모임에서 성평등 관점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영향력을 주고받고 계시지요. 그 과정에 아빠페미 활동이 있었는데요.
이종훈 선생님이 아빠페미를 시작하게 된 과정을 들으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 사람의 삶이 바뀌는 데에는 엄청난 사건만이 필수 요소가 아니라, 타이밍 좋게 만난 동료나 누군가의 용기, 함께하자고 내미는 손처럼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것도 포함되는 것 같다고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도 작은 우연이 삶에 중요한 변화들을 가져다주길 바랍니다.

아빠페미는 초반에 모여서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함께 읽기도 하고, 여성혐오나 남성성 등 다양한 키워드를 주제로 사례 조사하여 대화를 나눠보기도 했고요. 성평등한 축제 약속문을 함께 만들거나 마을의 성평등 열린 강좌를 열어 주민과 함께하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해온 아빠페미도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책을 읽고 페미니즘을 공부하다 보니 다소 이론에 집중해 실천은 뒤로하게 됐던 적도 있었다고 해요. 사회의 성차별 사건들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는 있게 되었으나 가정에 돌아가서 성평등한 관점을 가진 옆지기(옆을 지키는 사람을 의미, 아내나 남편을 대체하여 사용하기도 함)와 아빠가 되는 일에는 미숙했던 거죠. 그래서 가정에서 ‘같이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보통 남편들은 집안일을 하게 되면 “도와준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에 “내가 뭘 도와준다는 거지? 그럼 나는 누구지? 이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는 이종훈 선생님. 그후 집에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냉장고를 뒤져 식재료를 파악하고 장볼거리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까지 살림의 객체가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주체로 끼어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이후 집의 살림을 자기 살림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해요. 심지어 요리가 재밌어지기 했고, 아빠로서의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모임원들의 시도가 그동안 페미니즘에 이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워했던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이었고, 가족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했다네요.

아빠페미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열린 강좌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발제를 하며 페미니즘 이그나이트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차별 없는 공동체를 위한 약속문>도 함께 만들었다고 해요. 주민들과 함께 김장도 하고요. 코로나 이후로 모임의 횟수가 줄긴 했지만 지금도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아빠페미는 지속가능한 페미니즘 실천을 위해 ‘페미생활’로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기존 이름에서 아빠의 선명성이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 성평등한 마을로 나아가기 위해서인데요. 성평등한 관점으로 가정에서, 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미생활의 지속적인 변화와 걸음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이종훈 선생님은 강의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나눠주셨어요.
“여성주의는 함께 살기 위한 연대의 과정이다. 우리는 계속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단순히 누가 더 잘살고 못살게 되는 파이 뺐기 게임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를 위해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늘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해주신 말씀이었어요.
강의를 마치고 참여자들의 소감과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용감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들어 백래시가 심해져 더 힘든 시기인데, 혹시나 외부에서 공격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합니다.”
“남성들의 여성주의 활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정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페미니즘 이야기만 꺼내면 화들짝 놀라는 남성들을 많이 봤는데, 오늘 활동하신 내용을 들으니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따님이 관심 가지는 동물권에 대해 선생님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기로 하고, 공부해야겠다고 한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중랑구에 거주, 근무를 하고 계셔서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중랑구에서도 페미생활과 같이 남성들이 성평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이 시작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라 참여자 간 소통이 있던 강의여서 그런지, 이종훈 선생님은 강의 중 나눠준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힘이 나고 앞으로 무언가를 또 시도해보고 싶어졌다고 소감을 나누었어요. 센터 활동가인 저 또한 중랑구에서도 남성들의 페미니즘 모임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요. 참여자들도 페미생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상상해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따뜻함이 오갔던 2강이 마무리되면서 <남성양육자, 우리에게도 필요한 성평등> 시리즈가 막을 내립니다.
슬슬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의 2023년 프로그램이 하나둘 종료되고 있지요. 한 해 동안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가오는 24년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로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곧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