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발간자료
<중랑x성평등x잇다> 중랑마을넷, 그물코협동조합, 중랑행복교육 박경연 활동가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3-07-17 09:57
조회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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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연입니다. 저는 지금 중랑마을넷에서 사무국장 일을 하고 있고요. 그물코협동조합 조합원 활동과 교육팀 환경하다에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어요. 중랑행복교육은 재정비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물코협동조합;주민들이 만든 중랑구환경운동단체. 제로웨이스트숍 보탬상점 운영.
**중랑행복교육;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주민 모임.
마을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2014년도에 ‘달팽이마을’에서 마을 활동을 시작했어요.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오늘이 우리 아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냥 하루하루 아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우리 아이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우리 아이만 행복하면 되나?’ 고민하다 보니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같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을을 보게 되었어요. 그러다 ‘달팽이마을’에 참여하면서 마을 활동을 시작했죠. ‘달팽이마을’에서 함께 교육공동체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전 원래 내 아이가 서울대 갈 거라 믿으면서 사교육을 열심히 시키던 엄마였고 마을 활동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제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달팽이마을;주민의 참여로 만들어진 마을공동체.
마을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사람이에요. 이번에 활동가 첫 월급 후원회를 준비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정말 ‘이 사람들 도대체 뭐지?’ 라고 느껴질 때가 굉장히 많아요. ‘이게 가능해?’라는 일들을 해내는 게 마을인 거예요. 엄청난 자산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말 작은 힘을 모아서 큰 걸 해내는 게 마을인 것 같아요.
저는 우리 지역이 사람을 돕는 일 그리고 뭔가 함께 만들어 가는 일에 힘을 보태고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결국은 그런 일을 해내곤 해서 매번 감동을 받아요. 함께 하다 보면 제가 도움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의 바람과 꿈이 보이기도 하니까 그걸 이루게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하구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특별히 의미가 있는 활동은?
매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보탬상점을 개업하는 날도 그랬고 지금 활동가 첫 월급후원회 준비도 그래요. 다들 어려운 시기고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꺼이 마음을 보태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무엇인가 준비하는 과정과정들,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들을 볼 때마다 울컥합니다. 사실 매월 하는 마을넷 회의가 끝날 때마다 그런 감정이 올라와요. 할 수 없을 거라 말하는 일들, 어렵다고 하는 일들도 마을에서 함께 모여 하면 다 이루어졌거든요. 그런 순간순간들이 제가 계속 활동하게 하는 힘이에요.
올해 들어서 매월 진행하던 마을넷 회의를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마을장(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잘 하고 싶어요. 외압이 많아질수록 마을 안은 좀더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끼리 만나서 사업 이야기말고 재미있는 얘기도 나누고 신나게 놀면서 연대감을 키워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마을장(場)’이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끼리 모여서 뭔가를 꿈꿀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해요.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마을 사람들과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구나 생각했으면 좋겠구요. 개인적으로는 ‘마을장(場)’이 올해 여러 활동 중에 제일 많이 신경쓰고 의미있는 활동입니다.
선생님에게 중랑구는 어떤 곳인가요?
2002년에 이사를 왔는데요. 아직까지 이웃집에 문을 두드려서 내가 한 김장을 나눠 주고 또 받기도 하고 그런 정이 살아있는 동네라고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 마을 활동을 하면서 다른 자치구를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지원을 많이 받아서 이것저것 만들어지는 것도 많고 활동도 활발한 것 같은데 중랑은 그런 게 없으니까. 그렇지만 오히려 풀뿌리민주주의는 다른 어떤 곳보다 강한 것 같아요. 지원이 없어도 지역이 똘똘 뭉쳐서 잘 해왔기 때문에 요즘 같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긴 것 아닐까 생각해요.
활동을 하며 경험한 성차별적인 상황이 있으신가요?
마을에서 그물코협동조합을 소개하거나 환경교육을 할 때 남편이 같이 가는 경우가 있어요. 남편이 그물코협동조합 대표이고 교육 활동을 같이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남편을 보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편에게 본업이 뭐냐고 묻기도 하구요. 그물코협동조합 대표라고 하면 그제야 대표니까 단체 소개를 하러 왔나 보다 수긍을 해요. 마을 활동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고 활동비가 많지 않은 마을 활동이 남자들에게는 본업이 아닐 거라 생각하는 거지요. 여자인 우리들에게는 하지 않던 질문을 남편에게는 하는 거예요.
저한테는 ‘남편이 이런 활동하는 거 이해해 주시나 봐요.’, ‘남편이 돈 잘 버나 봐요.’ 이런 이야기를 해요. 왜 내 활동이 남편에게 이해받아야 가능한 거고 남편의 경제력이 있어야 마을 활동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 걸까요?
중랑구에서 경험한 성평등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몇 년 전에 마을에서 <너에게 가는 길> 영화를 상영하고 GV를 한 적이 있어요. 우리 마을이 이런 내용을 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 성평등활동센터가 생기고 마을이 함께 성평등주간 활동들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일도 의미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마을에서도 이런 일들이 가능하구나 생각했고 마을 곳곳에 걸려 있는 성평등주간 현수막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커밍아웃한 자녀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인권운동가로 성장하는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
선생님에게는 성평등이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페미니즘, 성평등이 특별한 것,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그냥 당연한 거라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본연의 가치를 존중해 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오빠들도 안 간 대학을 가고 싶어한다고 집안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보는 굉장히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는데도요. 고등학교 시절 제 주변의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는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포용할 수 있었어요. 아마도 그 시절 함께 책을 읽고 토론했던 경험들이 제가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시기에 좋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최근 관심 있는 성평등 이슈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에 파주 성매매집결지 용주골 폐쇄와 관련한 기사를 봤어요. 반성매매 활동가들과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대치하고 있는 듯한 사진을 보는데 ‘뭐가 옳은 거지?’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 순간 누군가 나에게 내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성매매여성 문제는 아직 저한테 어려운 문제지만 계속 회피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요즘 제가 하고 있는 환경교육활동에 어떻게 성평등 가치를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환경 문제 해결을 생각하다 보니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만날 수 밖에 없었고 환경과 성평등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덧붙이는 말?
마을 활동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공동체면 공동체, 환경이면 환경 내가 활동하는 영역에 관심을 가졌는데 하면 할수록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자꾸 내 활동 영역이 확장되기도 하구요.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동체가 함께 해야 하고 돌봄노동과도 연결되어 있고 일자리, 안전, 성평등, 정치, 경제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성평등은 모든 분야에 스며들어야 할 기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글;보라마녀/사진;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