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 후기
몸으로 만나는 성평등-컨택즉흥춤 워크숍 <닿는 몸, 열린 마음, 듣는 상태> 1회차 후기
작성자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작성일
2024-05-23 09:33
조회
525

지난 5월 21일 저녁 7시, 중랑구 한 연습실로 컨택즉흥춤 워크숍 참여자들이 모였습니다. 북적북적한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번 컨택즉흥춤 워크숍 <닿는 몸, 열린 마음, 듣는 상태>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의 ‘몸으로 만나는 성평등’ 사업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참여자들이 자기 몸을 움직이면서 안으로,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성평등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워크숍으로는 아프리카 만뎅댄스, 자기방어훈련, 월경 워크숍이 있었지요. 모든 프로그램의 반응이 뜨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과연 이번 워크숍은 어떤 분위기일까요? 지금부터 그 밀도 높은 현장을 함께 보러 갑시다!

이종현(종달) 강사님이 워크숍을 진행해주셨어요. 강사님은 프리랜서 무용수, 퍼포머로 활동하며, ‘몸의 집’에서 요가와 접촉즉흥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이번 워크숍 제목부터 구석구석 모든 곳에 강사님 손길이 닿아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써주셨어요.
그 정성이 빛을 발하는, 즐거운 워크숍이 될 것 같아 기대되었습니다.

컨택즉흥춤(contact improvisation dance)은 몸과 몸이 만나 대화하는 즉흥 춤의 한 형태라고 해요.
파트너와의 무게 공유, 접촉 및 움직임의 인식을 기본으로 자신의 몸을 탐구하고 몸과 몸 사이의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합니다.
설명이 있어도 컨택즉흥춤 개념을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춤’이라고 하니 몸을 잘 써서 멋지게 보여야 할 것 같은 압박도 생기고요. 컨택즉흥춤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몸과 움직임, 자기가 인식하는 감각과 생각에 더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는 동안 우리는 춤을 잘 추지 않아도 괜찮아요.
진지한 태도로 현재에 집중하기만 하면 새로운 것들을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에 참여자들은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짧은 자기소개를 합니다.
“지금 관절이 삐걱대는 나이인데요. 몸에 숨을 불어넣고 싶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컨택즉흥춤을 좋아하는데 이 동네에 이렇게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니 하면서 신청했습니다.”
“성평등활동센터의 프로그램들을 많이 참여했어요. 그때마다 만족도가 높아서 이번에도 신청했고요. 워크숍을 통해 ‘나’를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관공서에 갔다가 홍보물을 보고 우연한 기회에 신청했어요. 몸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몸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해왔습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참여자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공을 건넸습니다. 어색하고 차갑던 공기가 따뜻하게 바뀌는 순간이었어요.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색을 칠해주던 참여자들.
이후 공간을 탐색하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여러 형태로 바꾸면서 뻗어나갔어요.
그동안 자기 몸을 판단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들을 따라갑니다.
참여자들은 제각기 다른 속도, 방향, 표정, 시선, 높이, 무게감, 부피를 갖고 움직였어요.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어느 하나 비슷하달 것이 없었습니다.
신기한 건, 그 모든 움직임이 다 아름답다는 거였어요. ‘자기’다웠어요.
백지에 선을 그리는 여러 개의 붓처럼 자신의 충동에 충실히 집중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참여자들의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일까요? 워크숍은 거의 세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무리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이 허용하는 만큼 움직이며 집중했습니다.
무언가를 창작할 필요 없이,
균형과 불균형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몸에 반응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멀리 데려가기도 하고,
터치가 주는 감각을 따라갑니다.
시간이 지나고 편안해진 분위기 속에서 참여자들은 ‘물’과 ‘바람’이 되어 움직여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물과 바람에 대해 나눠 보았어요.
“바람은 형태가 없지만, 바람이 만들어 낸 형태를 보면서 바람을 상상하고 바라볼 수 있다.”
“바람이... 이렇게 나를 스쳐 가는 것 같은 시기인데. 울컥하게 되었다.”
“평소에 걸어 다닐 때는 못 느꼈던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 물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참여자들이 자기 몸에 집중하며 움직이는 동안 순식간에 세 시간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강사님은 이렇게 소감을 전해주셨어요.
“바깥에서 여러분을 보면서 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온전히 그 자신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 싶었습니다.”
워크숍을 지켜보는 저 역시 같은 마음이 들어서 신기했어요.
과연 다음 시간에는 또 어떤 탐색과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겠습니다. 함께 지켜봐 주세요.
참여자들의 이야기로 1강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워크숍 시간이 삶의 축소판 같았어요. 관계와 그 속에서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자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몸으로 사람들과 연결된 3분 남짓한 시간. 인생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순간이었어요.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몽롱해졌습니다.
타인의 숨결, 숨소리가 불편하지 않고 가까이에 있는 게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부드러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춤’과 ‘관계’라는 테마가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살아가면서 사회에서 ‘관계’가 단절되는 걸 보게 되는데요.
자연의 섭리가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게 마치 연결되는 기분이었어요.”
“평소 춤을 추면서 내가 어떻게 보여지나,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나 그런 생각만 했었어요. 여기 와서도 그런 것 같아 부담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자연을 상상하며 움직일 때 비로소 자유로웠고 좋았습니다.”
“저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어요. 저는 평소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요. 타인과 닿고, 함께 움직이는 과정에서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려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상대에게 몸을 맡기고 움직여 보았어요. 생각보다 괜찮았고, 그 후에는 편하게 움직였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움직임으로 가까워진 것 같아서 연결감, 친밀감을 경험했어요.”
“삐걱대던 관절에 드디어 윤기가 돌고 있어요. 새로운 경험을 했네요. 신청하기를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