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중랑을 위해 마을과 함께 활동하고 연대하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
발간자료
<중랑x성평등x잇다> 한살림중랑지구장, 동네N신내2동 이음지기 원혜진 활동가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살림 중랑지구장 원혜진입니다. 저는 여러 명이 함께 힘을 합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한살림 중랑지구장으로서 5천여명의 한살림중랑 조합원들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고요, 동네N이음지기로서 신내2동 주민들의 월1회 다양한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을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이유와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책과 노니는 사람들”이라는 책모임이 있습니다. 당시 책모임에서 빛그림 공연을 했는데 “이웃만들기”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은 것이 마을활동의 시작이었고, “아파트공동체활성화사업”을 통해 아파트의 유휴공간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아파트커뮤니티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살림 조합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중랑지구장을 맡게 되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마을 활동 중 인상 깊었던 활동은 무엇일까요?
2018년 아파트공동체활성화사업을 통해 제가 사는 건영2차아파트에 주민공유공간을 만들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 같이, 가치있는 일을 하자는 의미로 “多가치”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비어있던 사무실에 보일러와 에어컨, 싱크대가 설치되고, 버려진 책장을 주워다 기증받은 책들을 정리하며 학부모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생겨났죠. 건너편 경로당 어르신들과 교류하고, 1년에 2회 아나바다장터를 하게 되었으며 온라인아파트 커뮤니티까지 생기면서,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활동하며 ‘성별’에 영향을 받거나 중요했던 상황이 있을까요?
“다가치”활동을 처음 시작 할 때, 관리사무실과 입주자 대표 회의에 가서 “다가치”에 대한 설명을 해야했어요. 그때 동대표로 여성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그분들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셨고 과거에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셨더라고요. 의사결정 자리에 누가 있느냐도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가치활동도 육아와 경력 단절의 경험이 있던 여성 동대표님들이 응원해 주셔서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활동하시는 영역에서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어떻게 등장하나요?
한살림 협동조합에서 전일제로 근무하는 ‘실무자’는 남성이 많고,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적은 ‘활동가’는 여성이 많아요. 활동 조합원도 주로 여성들이 하고 매장 활동가들도 여성이 많죠. 활동가와 실무자는 임금과 복지의 조건이 달라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라고 보시면 돼요. 한살림의 역사가 36년인데 그동안 성장한 여성 활동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역할 자체가 성별로 분리된 ‘구조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활동가의 경험을 인정받아, 정규직이 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삶에서 성평등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명절 동안 가사 분담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경험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요. 저희 집에서는 제가 주로 가사 노동을 맡고 있어요. 내가 지금 우울하거나 힘들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게 모든 걸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과 책임감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희 집 안에서도 남편과 가사노동을 분담하지만, 남성이 가사노동을 주로 맡아서 한다는 건 자연스러운 문화는 아니에요. 과거와 비교하면 바뀐 부분도 많지만 앞으로 많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안에서 기억에 남는 성평등 활동은 무엇이 있나요?
코로나시기 팟캐스트로 진행되었던 초록상상의 “성평등온(溫)상회”가 기억에 남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그림책 작가님들과 성평등활동가와 주민의 따뜻한 대화를 들을 수 있었어요. 진행을 위해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신 게 느껴져서 인상 깊었습니다. 팟캐스트 진행하시는 즐거운 분위기도 잘 느껴졌고요. 그림책을 성평등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과 성평등 그림책 목록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을에서 성평등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요즘 센터에서 ‘성평등 마을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시잖아요. 제가 주민분들에게 워크숍을 홍보하면서 ‘성평등’이라는 말에 느끼실 불편함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워크숍에 참여해 배운 게 많아요. 일상에서 무의식중에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하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남자처럼 뛰어다니지 마라”, 미숙한 운전자에게 “김여사”라는 표현을 쓰는 것, 등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정된 성역할의 말들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워크숍에서 가볍고 즐거운 게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처럼 계속 얘기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새롭게 뭔가를 바꾸는 건 너무 힘들지만 계속 얘기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거니까요. 동네N 동별모임에서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워크숍을 통해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성평등 관련 이슈는 무엇인가요?
명절 연휴 동안 제가 영화<밤쉘>을 봤어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뉴스 앵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요.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는 과정,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과 연대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의 활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센터가 생긴 지 이제 1년 조금 넘었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중랑만의 정체성을 찾고, 무언가 만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첫 시작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 9월 성평등 주간의 주제가 ‘돌봄’이어서 좋았는데,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를 들여다보고 돌보는건 성평등과도 맞닿아 있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한 다양한 활동 많이 기대합니다.